"결국 '블루 리플'(민주당 잔물결)에 그쳤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인 니콜스 크리스토프는 7일자 칼럼에서 11·6 중간선거 결과를 이처럼 요약했다. 당초 점쳐졌던 '블루 웨이브'(민주당 물결)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이었다.
민주당은 이번에 하원 다수당 자리를 탈환하고, 주지사 수에서도 공화당과 격차를 좁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공화당 또한 민주당과의 상원 의석차를 더 벌리며 선전했다. 중산층 이하 백인 중심의 '샤이 트럼프'가 결집해 만든 '레드 웨이브'(공화당 물결) 또한 만만찮았음을 뜻한다.
이제 민주당은 '오바마케어'(전 국민 건강보험제도) 폐지 법제화나 법인세 인하 등 '트럼프노믹스'에 제동을 걸 참이다. 특히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등 트럼프식 반(反)이민정책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트럼프는 유세전에서 잇단 강수를 뒀다. 미국을 향하고 있는 중남미 난민 캐러밴에 대한 강경대응 방침과 '출생시민권' 제도 폐지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바닥 민심은 달랐다. 이민자·난민 출신인 라시다 틀레임과 일한 오마르 등 무슬림계 두 여성 하원의원 탄생이 그 징표다. 트럼프가 포카혼타스(인디안 추장 딸)라고 조롱했던, 민주당 차기 주자급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살아남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도 '러시아 스캔들'에 따른 '탄핵 뇌관'을 제거하는 소득을 올렸다. 상원을 확실히 장악하면서다. 평소 진보적 논조를 펴는 NYT가 "'소환권력'을 남용하지 말라"고 외려 민주당에 경고한 배경이다. NYT는 7일자 사설에서 지난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을 주도했던 공화당 소속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의 좌절을 거론하며 민주당에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어찌 보면 '상원 공화당, 하원 민주당' 지배라는 선거 결과는 일종의 '황금분할' 구도다. 어느 당도 독주할 수 없게 되어서다. 그래서 다음 대선까지 미국 정치판에 끊임없이 잔물결을 일으키겠지만, 극단적 쓰나미를 몰고 올 가능성은 줄어든 형국이다.
다만 대외정책의 불확실성이 더 커진 측면도 있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공화당보다 더 보호무역주의와 인권 외교를 중시하는 경향을 띠고 있어서다. 남북관계 개선에 올인하다시피 하고 있는 문재인정부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