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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우리금융지주 재출범에 거는 기대

회장·행장 겸임으로 결론.. 예보 나머지 지분도 팔길

내년 초 출범하는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손태승 우리은행장(59)이 내정됐다. 손 행장은 2020년 3월 정기주총 때까지 회장·행장을 겸임한다. 우리은행은 8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로써 우리은행은 4년만에 금융지주사 체제로 복귀한다. 우리금융지주 앞에는 두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먼저 지주사에 걸맞게 증권·보험·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을 키워야 한다. 동시에 예금보험공사의 잔여지분 18.43%마저 다 팔아야 민영화가 완성된다.

우리금융 재출범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비교적 합리적인 태도를 보였다. 금융공기업 예보의 지분은 곧 정부 지분이나 마찬가지다. 금융위원회가 최대주주인 예보 지분을 앞세워 우리금융 회장 자리에 욕심을 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는 회장·행장 겸임에 동의했다. 관료 또는 정치인 출신 낙하산을 내려보낼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이 점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금융위에 한가지만 더 당부한다. 예보가 가진 나머지 지분도 서둘러 매각하기 바란다. 그래야 우리금융이 진정한 민간 금융지주사로 일어설 수 있다. 외환위기 때 공적자금을 받은 우리은행은 이후 20년 가까이 '국영은행'으로 지냈다. 그 바람에 알게 모르게 관료 체질이 몸에 뱄다. 정치바람도 심하게 탔다. 예보 지분이 있는 한 이같은 체질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예보는 공적자금 곧 세금을 빨리 환수하는 게 목적이다. 그러려면 우리금융이 시장에서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놓아주는 게 맞다.

우리금융에도 당부한다. 과거 우리은행은 2001년에 국내 처음으로 지주사 체제를 갖췄다. 경쟁 은행들도 그 뒤를 따랐다. 지금은 오히려 상황이 역전됐다. 이제 우리금융이 KB국민, 신한, KEB하나, NH농협 등 다른 지주사들의 뒤를 쫓아야 한다. 최근 신한금융 사례에서 보듯 경쟁사들은 이미 멀찌감치 앞서 있다. 신한금융은 최근 생보사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결정한 데 이어 부동산 신탁업체인 아시아신탁을 품었다. 우리금융은 이 틈바구니에서 미래 성장전략을 짜야 한다.

금융지주사 체제를 갖췄다고 절로 성공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해외 경쟁사와 비교할 때 한국 금융은 여전히 자잘한 편이다. 국제 경쟁력도 떨어진다. 지주사로 재출범하는 우리금융이 한국 금융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