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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한낮에도 어둑, 손님 발길 뚝" 점포 100곳 新시장 입주신청

‘단전 ·단수’ 노량진 舊시장

[현장르포] "한낮에도 어둑, 손님 발길 뚝" 점포 100곳 新시장 입주신청
9일 단전으로 어두운 노량진수산시장의 모습. 사진=이진혁 기자

5일째 전기와 물이 끊긴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구 시장. 어둑한 시장에는 손님은 없고 영업을 위해 일부 상인들이 마련한 발전기 소리만 들렸다.

수협이 신시장 입주 '최후 통첩'일로 정한 9일. 구 시장 상인 절반에 가까운 100여곳의 상인들은 신시장 입주를 결정했지만 남은 상인들은 집회를 이어갔다.

이날 오전 9시께 구 시장에 남아 장사를 이어가는 한 상인은 "전기까지 끌어와서 장사하고 있는데 손님이 없다"며 "이렇게 분위기가 안 좋은데 누가 오겠냐"고 토로했다.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자 상인들은 긴 한숨만 내 쉬었다.

구 시장 상인들은 수협과의 갈등이 단순히 이권 다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구 시장 상인 양모씨는 "신 시장 구조는 수산시장으로 영업하기에 좋지 않은 구조"라며 "환풍도 안 되고 면적도 좁아 상인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0년 넘게 장사를 해 온 김모씨는 "수협은 양해각서를 쓴 뒤로 시장을 지으면서 상인들과 어떠한 논의도 거치지 않았다"면서 "그래놓고 막상 전기와 물을 끊는 건 무자비한 행동"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구 시장 상인들은 지난 6일 법원에 단전·단수 금지 가처분소송을 냈지만 아직 법원의 판단은 나오지 않고 있다. 상인들은 또 국가인권위원회에 수협의 단전·단수 조치가 인권침해라며 긴급구제 요청을 했다. 인권위는 이날 노량진 구 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면담하는 등 기초 조사를 실시했다.

구 시장 상인 30여명은 구 시장과 신시장이 마주 보는 입구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집회 장소에서는 "무단으로 점거한 상인들에게는 손해배상 소송을 하겠다"는 음성이 들리기도 했다.

이날 상인들 사이에서는 수협이 마감 시한을 9일에서 오는 17일로 늦췄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초 수협은 9일 오후 5시까지 구 시장 상인들의 신 시장 입주 희망 신청서를 받고 있었다.


수협 측은 "구 시장 상인들이 신 시장 입주를 막기 위한 유언비어에 불과하다"며 "신 시장 입주를 신청한 사람들의 이사 기간을 17일까지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협 측에 따르면 구 시장에 남아 있는 점포 수는 총 256개로 이 중 100여곳이 신시장에 입주 신청을 했다. 수협 관계자는 "신시장 점포를 어업인과 일반에게 배정하고 9일 이후 남아 있는 구 시장 상인에게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