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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노동계, 탄력근로제 연장에 왜 태클거나

양대노총,반대투쟁 결의.. 고용난 가중 제발등찍기

여야정으로 구성된 국정 상설협의체의 제1호 성과물인 탄력근로제 기간 연장이 시험대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국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에서 현재 3개월로 돼있는 주52시간 근무제 관련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더 늘리는 쪽으로 근로기준법을 고치는 데 합의했다. 여야정은 20일까지 노사정 사회적대화로 탄력근로제 확대방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국회 입법으로 해결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런데 노동계가 이를 가로막고 나섰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노동시간 단축을 거스르는 개악'이라며 저지를 위해 대규모 규탄대회와 총파업 등 공동대응하기로 했다.민주노총은 10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정부와 여당을 규탄한 데 이어 21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한국노총은 일단 사회적 대화를 통해 반대 입장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주당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며 사업장들은 비상이다. 특정기간에 업무가 쏠리는 연구개발 직종이나 주문을 받아 생산·납품하는 중소기업은 근로시간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을 넘어 사업장의 존폐마저 걱정한다. 그래서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대다수 선진국들은 탄력근로제를 1년으로 운영한다. 더구나 단위기간 확대는 개별노조에 맡겨 사업장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돼있다. 그런 점에서 경영계의 주장처럼 산업현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업종·직종별로 탄력근로제 기간을 차등적용하거나 최소한 6개월 이상으로 늘리는 게 당연하다.

더구나 현행 탄력근로제는 양대 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단위노조나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들에 직격탄이다.회사의 존폐는 물론이고 근로자들의 일자리와도 직결돼 있다. 따라서 이것을 상급 노조가 일괄적으로 개입하고 총파업으로 맞설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노동계 내에서도 양대노총이 제 밥그릇 챙기기를 넘어 남의 밥통마저 걷어찬다는 지적이 나올까.

가뜩이나 경제가 최악으로 빠져들고 있다. 제조업 생산과 공장가동률, 투자 등 각종 경제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이다. 생산과 투자가 줄어드니 고용감소는 당연하다.
여야정이 탄력근로제 기간 연장에 손을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양대 노총은 제몫 챙기기에만 몰두하다 밥그릇까지 깨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경제의 한 축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 책임은 붉은 머리띠가 아니라 양보와 타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