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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했는데...30년 전 헤어진 딸 만났으면”

[잃어버린 가족찾기]

“설마했는데...30년 전 헤어진 딸 만났으면”
남미숙씨는 1987년 10월 17세의 나이에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실종됐다. 당시 키 149cm, 체중 52kg에 갈색 단발머리를 하고 있던 남씨는 배낭을 메고 집에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다 큰 딸이기에 ‘설마 안 들어오겠나’하고 기다렸는데 집에 안 오더라고요. 경찰에 신고도 했는데 딸이 찾아오기만 바라고 있어요”
12일 경찰청과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김영자씨(75)는 지난 1987년 가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3남 1녀를 두고 있던 김씨는 그 해 10월 막내 딸인 남미숙씨를 잃고 말았다.

당일 아침 당시 만 17세이던 딸은 아침부터 배낭을 메고 밖에 나갔다 오겠다고 했다. 처음에 김씨는 딸이 나간다고 하는 것을 말렸다. 그러나 무조건 말린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딸이 아침 먼저 집을 떠난 뒤 자신도 볼 일을 보러 나갔다. 김씨는 ‘딸이 이제 어느 정도 큰 만큼 알아서 집에 찾아오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김씨가 일을 마친 뒤 뒤늦게 집에 들어온 뒤에도 딸은 돌아오지 않았다. 경찰서에 실종 신고도 했으나 그 후로 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당시 김씨는 딸 찾기에만 나서고 싶었으나 그러기에는 집안 형편이 여의치 않았다.

남편과 시어머니가 한동안 쓰러져 누워 있으면서 병원 중환자실과 요양병원을 오가야 했다. 그러면서 세 아들의 생계도 책임져야 했기에 밤늦게까지 일하면서 잃어버린 딸 찾기에 신경 쓸 수 없었다.

경찰서를 몇 차례 방문했지만 별다른 성과도 없었고 그 외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다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그는 2016년 경찰에 딸의 실종을 재신고하고 유전자(DNA)등록까지 마친 상태다.

그는 “딸이 집을 못 찾는 거라면 당시 우리가 살던 흑석동에 친척이 지금도 사는 등 아는 사람이 많아 옛날 생각하면서 찾을 수 있을텐데.. 어린 아이 같으면 몰라서 못 찾아오겠지만 그 나이 되면 다 알지 않나”라며 “우리가 찾아 나선다고 해서 찾아지는 것도 아닌 만큼 제발 딸 아이가 알아서 우리를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딸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동안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못했던 것들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당시 딸 아이는 등록금 문제로 아르바이트도 하다가 결국 학교를 관둘 정도로 김씨 집안은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김씨는 “예전에는 애들 교육비가 워낙 많이 드니까 내가 남편과 함께 돈을 벌어도 생활이 힘들었다”며 “당시에는 매일 먹고 살기 바빠 딸과 같이 다닐 시간이 없었는데, 이제라도 같이 밥도 먹고 쇼핑도 다니고 싶다”고 토로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