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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영 칼럼] 홍남기의 '미션 임파서블'이 성공하려면

실적 못 내는 이론은 무용지물
정책목표·수단 불일치 해소하고 저투자·저고용의 함정 벗어나야

[염주영 칼럼] 홍남기의 '미션 임파서블'이 성공하려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문정부의 두 번째 경제부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그는 시장에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듣는 소득주도성장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경제를 살려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죽은 돌을 되살리는 묘수를 찾아내야 한다. 묘수를 찾으려면 어디에서 실패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저소득층 소득을 늘려 분배를 개선하면 성장률이 높아진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지난 1년반 동안 저소득층 소득은 줄고, 분배는 악화됐으며, 성장률은 떨어졌다. 원인은 고용과 투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왜 줄었을까.

고용 쪽에서 저소득층 소득을 늘리는 방법은 두 가지다. 임금을 올리거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정부는 임금을 올리는 쪽을 선택했다. 그런데 그 폭이 너무 컸다. 기업은 인건비 부담이 커져 감당을 못하게 되면 고용을 줄인다. 최저임금을 올려도 저소득층 소득이 줄어든 것은 고용감소 효과가 임금상승 효과보다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고용의 질(임금)과 양(취업자 수)은 상충관계다. 한쪽이 증가하면 다른 쪽은 감소한다. 그래서 질과 양의 적절한 조합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문재인정부는 양보다는 질을 우선하는 정책을 선택했다. 그러나 실업자가 100만명이 넘고, 사실상 실업자를 포함하면 342만명이 일자리를 못 구해 아우성인 상황에서 고용의 질을 우선하는(고용량을 줄이는) 정책을 편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투자 쪽은 상황이 좀 다르다. 정책선택의 오류가 아니라 아예 정책이 없는 것이 문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대기업 현장 방문에 나서자 청와대 어떤 참모가 "재벌에 투자를 구걸하는 듯하다"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문재인정부에 재벌 투자는 '노생큐'다. 문정부는 지금까지 투자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대책을 낸 적이 거의 없다. 혁신성장을 하겠다며 두어 번 규제완화 대책을 낸 적이 있지만 실천적 의지를 보여주지는 않았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목표로 삼았지만 정책수단은 거꾸로 가고 있다. 저소득층 소득을 줄이고 분배를 악화시킬 위험이 큰 정책을 쓰고 있다. 분배를 개선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과잉실업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고용의 질을 우선하는 정책을 쓴 것이 패착이다.

청와대는 기다리면 내년에는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제조건(저소득층 소득증가와 분배개선)이 충족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비유하자면 청와대는 "대전을 거쳐 남쪽으로 내려가면 부산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평양을 거쳐 신의주를 향해 달리고 있다. 정책목표와 수단의 불일치가 문제다. 문 대통령이 혁신성장 캠페인에 나서고 있지만 투자가 중요하다는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저투자와 저고용이 소득주도성장의 성공을 가로막고 있다.

경제는 실적으로 말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실적을 내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가치는 분배를 개선하는 것이다.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보다 더 좋은 분배는 없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투자가 늘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투자를 늘리는 일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홍남기의 '미션 임파서블'이 성공의 대반전을 이뤄내기를 기대한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