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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자들, 신흥시장 다시 입질

증시혼란 틈타 저가 매수.. 기술주에서 갈아타
나스닥지수 11% '뚝'.. 신흥지수는 8%만 하락
감세효과 떨어지면 美도 내년 경기둔화할듯

글로벌 투자자들, 신흥시장 다시 입질

【 워싱턴=장도선 특파원】 최근 기술업종 주식의 큰 폭 하락 속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술섹터 주식을 처분하고 신흥시장 주식으로 갈아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일 공개된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AML)의 월간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 따르면 포트폴리오 내 신흥시장 주식의 비중은 10월의 5%에서 11월 13%로 크게 확대됐다. 반면 같은 기간 글로벌 기술섹터의 비중은 2009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축소됐다. 글로벌 기술섹터에 비중확대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는 투자자 비율은 10월의 25%에서 11월 18%로 낮아졌다.

이번 서베이는 11월 2일부터 8일까지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때문에 미국 중간 선거 이후 증시 반등에 따른 투자자들의 안도감이 일부 반영됐을 것으로 해석된다.

■나스닥, 신흥시장보다 낙폭커

투자자들이 기술업종으로부터 낙폭이 큰 또 다른 자산인 신흥시장 주식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은 글로벌 무역전쟁 우려 속에 달러가 랠리를 펼쳤던 1년 전과는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가리킨다. 당시 달러가 오르면서 신흥시장 주식을 포함해 다른 나라 통화로 가격이 표시되는 자산들은 모두 가치가 하락했다.

WSJ은 BoAML 설문조사가 투자자들이 최근의 증시 혼란을 저가 매수 기회로 이용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펀드 매니저들의 현금 보유 비중은 10월의 5.1%에서 11월 4.7%로 축소됐다. 시장이 변동성을 나타낼 때 펀드 매니저들이 현금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한 달간 현금 비중이 줄었다는 것은 이례적 현상이다.

BoAML의 수석 투자 전략가 마이클 하트넷은 "우리는 투자자들의 분위기와 포지션이 크게 재설정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고통을 느끼게 하는 지점에는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면서 현재의 증시 변동성은 신용시장과 주택시장에 아직까지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10월 1일 이후 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는 약 8% 하락했다. 같은 기간 뉴욕 증시의 기술주 위주로 구성된 나스닥종합지수는 거의 11% 떨어져 신흥시장 증시보다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같은 기간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선진국 증시 움직임을 추적하는 MSCI EAFE지수도 8% 정도 내려 기술업종과 비교해 최근의 시장 변동성으로부터 덜 타격을 받았음을 보여줬다.

■계속되는 美 경기둔화 우려

미러클 어드바이저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브라이언 스터츠는 WSJ에 투자자들이 고공비행을 하는 기술주로부터 다른 자산으로 갈아타고 있는 가운데 미러클 어드바이저스는 최근 신흥시장과 다른 선진국들의 인터내셔널 주식을 더 많이 매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신흥시장 가운데 브라질을 좋아한다면서 브라질 경제는 올해 초 고통을 겪었으며 지금 회복 국면에 들어서 있다고 설명했다. 스터츠는 "우리는 어떤 자산이 침체기에서 벗어나고 있을 때, 그리고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낮을 때 그것을 매입하기 원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독일,일본,중국 등 세계 경제대국이 최근 가파른 경기둔화세를 보이면서 현재 나홀로 호황을 맞고 있는 미국의 경기전망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세계 3위, 4위 경제규모인 일본과 독일은 지난 3·4분기 성장률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중국의 10월 소비지표는 5개월만에 최저로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역시 내년에 감세효과가 사라지면 둔화세를 보일수 있다고 우려한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앤드루 케닝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재정적 경기부양은 일시적인 것으로 미국 역시 상당한 둔화가 예상된다"며 "내년 글로벌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은 아니겠지만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dsmh@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