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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 칼럼]원톱과 원팀

[차장 칼럼]원톱과 원팀
지난해 가을, 풍문이 돌았다. 금호그룹 계열사 매각 건을 놓고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패싱'하고 처리하려다가 뒤늦게 그 사실을 안 김 부총리가 "이런 식이면 VIP(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며 강하게 항의했다는 얘기였다.

사실 확인을 위해 김 부총리와 통화를 했다. 김 부총리는 "그런 일이 있다 없다 내가 말할 순 없다"면서 "그런 일은 있으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같은 말'을 계속 반복했다. 언론문법상 심증을 갖게 하는 표현이었다.

물과 기름 같은 '김앤장'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높은 대중적 인지도와 성공 스토리로 무장한 스타들이었지만, 정권에 지분이 없다는 점에서 같았다. 힘의 균형은 곧 견제와 충돌로 이어졌다. 한 청와대 인사는 "장 전 실장이 대통령 해외순방 시 부총리를 수행원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술을 즐기지 않는다는 점도 같았다. 장은 술을 거의 못하며, 김도 맥주 한두 잔 정도만 마신다고 한다. 한 경제관료는 "한국 사람 특성상 술이라도 들어가면 허심탄회하게 풀 기회라도 있었을 텐데 둘 다 술을 입에 잘 대지도 않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불화설을 극복하기 위해 격주회동을 열기도 했으나 한 번은 저녁식사 무렵에 만나 오로지 회의만, 두 번은 점심을 겸한 비빔밥 회동이었으나 화합하지 못한 채 세 번의 만남을 끝으로 '격주회동' 이름으로는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바통이 김수현·홍남기조(組)로 넘어갔다.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는 김수현 정책실장에 대해 "잡음 없이 일을 매끄럽게 처리하기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평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애초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김 실장은 참여정부 때 4년이나 청와대 비서관을 지내며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 대통령과 일찌감치 호흡을 맞췄으며, 두 차례 대선을 함께 치른 실세 참모다. 장 전 실장마저 그가 회의실에 들어서면 "왕수석 오셨냐"고 할 정도였다. 홍 부총리는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김 실장보다 직급이 아래인 행정관을 지냈다. 심지어 직제상 차관급인 윤종원 경제수석(행시 27회)보다 두 기수나 후배다.

청와대는 이번 2기 경제팀에 대해 포용성장 설계·총괄은 김수현이, 실행은 홍남기가 맡는다면서 '홍남기 원톱 체제'라고 했다. 지난 1기 경제팀 당시 '원조 경제기조'인 소득주도성장론은 장하성이, 이를 뒷받침하는 혁신성장은 김동연이 맡는다면서 경제사령탑은 김동연이라고 했던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전의 횡적 역할구분을 종적으로 나눴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그냥 솔직하게' 청와대 우위를 인정하거나, 혼란스러운 역할분담부터 정리해야 한다. '원톱·원팀'을 이루려면 말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정치부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