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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중국 빠져나와도 미국으로는 안 돌아가"

그래프설명)

국가별 시간당 임금 추이
*단위:미국달러
*자료:유로모니터, CNN머니

그래프 위부터 중국,태국, 필리핀(회색), 베트남(하늘색), 캄보디아
"기업들, 중국 빠져나와도 미국으로는 안 돌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 중국 무역전쟁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호주의는 중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도 충격을 줄 것이란 전망은 제외해도 그나마 단기적 성과로 간주될 수 있을 제조업 미국 회귀에 따른 미 경제활성화 효과 역시 기대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CNN머니는 16일(현지시간)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것이 비싸졌지만 기업들 대부분은 여전히 중국에 남아있고, 빠져 나오더라도 미국으로는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자, 기계장비, 패션의류 산업을 중심으로 중국 생산라인 일부를 철수했지만 이들은 미국으로 가는 대신 동남아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은 안 간다"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 관리를 지원하는 홍콩 업체 '케리 로지스틱스'의 윌리엄 마 전무는 "기업들의 (생산라인 이전) 주문이 빗발치고 있다"면서 "무역전쟁 뒤의 새로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으로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것이 비싸졌지만 대부분 업체들은 여전히 중국에 잔류하고 있다.

엄청난 내수시장과 중국 정부가 제공하는 온갖 기업유인책이 관세폭탄 충격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로 옮겨봐도 중국만큼의 혜택과 시장규모, 인프라가 뒷받침되는 곳이 없다는 판단이 기업들을 중국에 앉혀두고 있다. 생산라인을 옮기는 기업들도 이전보다 늘었지만 종착지는 트럼프의 바람과 달리 미국이 아니라 다른 아시아 국가다.

무역전쟁이 기업들의 탈중국 유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주중 미 상공회의소 2곳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3분의1이 중국 생산시설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시설 이전 검토 업체 가운데 미국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검토한다는 답은 6%에 불과했다.

중국에서 빠져나온 생산 시설은 임금이 싼 동남아에 집중되고 있다. 일례로 핸드백 업체 스티브 매든은 10% 관세 충격을 줄이기 위해 캄보디아 등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현재 85% 수준인 중국 생산 비중을 내년에는 50~60%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스티브 매든 최고경영자(CEO) 에드 로젠펠드는 "생산시설 이전은 거의 온전히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것"이라면서 "상황이 개선되기를 희망하고는 있지만 관세를 '뉴노멀'로 인식하고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 전역에 걸쳐 수천개 업체의 입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샌디에이고 스타트업 소시파이의 네이선 레즈닉도 중국에서 동남아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이탈에 한계
그러나 여전히 중국은 가장 매력적인 생산시설 입지를 갖추고 있어 기업들이 섣불리 발을 빼기가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남중국 미상공회의소의 할리 세이예딘 소장은 미국으로 수출을 하려면 정확한 요구조건들을 충족해야 하고, 이에 걸맞은 특화된 장비와 고도의 숙련 노동자들이 필요하다면서 "공급망은 즉석에서 조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은 도로, 항만, 전력망 등에서 동남아 대부분 나라에 비해 월등히 앞서 있다.

소시파이의 레즈닉은 "중국은 그렇게나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면서 "필리핀, 베트남 등의 입지환경은 어떻게든 뒤처져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새로 생산시설을 구축하는데는 2년 정도가 걸릴 수 있고, 그 지역 관료들과 관계를 구축해야 하며, 직원 교육도 새로 해야 한다. 기업들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중국 이탈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