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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IN] 제2의 '밤토끼'도 곧 잡힌다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 검거한 부산경찰청 다른 불법 사이트도 수사
만화가·웹툰작가 피해 호소.."저작권법 개정·처벌 강화"

[경찰IN] 제2의 '밤토끼'도 곧 잡힌다
경찰이 웹툰 불법복제 사이트 '밤토끼' 운영자를 검거했음에도 다른 불법 사이트에서는 웹툰이 버젓이 무단 게재되고 있다.

경찰이 웹툰 불법복제 사이트 '밤토끼' 운영자를 검거했지만 이용자들이 다른 불법사이트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제2의 밤토끼를 표방하는 사이트가 생겨나고 다른 불법사이트들의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이들 사이트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만화가들은 빠른 제재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국내 100위권 사이트만 5곳…"수입의 70~80% 피해"

19일 만화업계에 따르면 밤토끼 운영자가 잡힌 뒤 열악했던 웹툰 환경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던 많은 만화가들은 좌절하고 있다. 다른 불법 웹툰 사이트들이 대체재로 떠오르면서 밤토끼의 빈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트래픽 데이터 조사 업체인 시밀러웹 자료 등에 따르면 불법 웹툰 사이트인 'O코' 'OO닷컴' 'OOO믹스' 'OO툰' 'OOO툰' 등은 국내 전체 사이트 방문자수 100위권에 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웹툰 외에도 단행본이 통째로 올라오는 'OOO루'는 국내 10위권 사이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 웹툰 작가는 "혼자 일주일 밤새 60~100컷을 만들어 올렸더니 몇 시간 있다 불법사이트에 올라오더라"라고 토로했다.

이에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웹툰 도둑 잡아라! 웹툰 불법공유사이트 근절을 위한 성과와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다음과 투믹스, 레진코믹스 등 웹툰 업체 관계자들이 참여해 불법 사이트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관계 당국에 대책을 촉구했다.

연제원 한국웹툰작가협회 회장은 "웹툰 불법복제로 피해를 입은 작가들을 인터뷰한 결과, 유료매출로 인한 피해는 전체 수입의 70~80%에 달했고 7명 중 4명이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었다"며 "밤토끼 운영자가 실형 2년 6개월에 그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밤토끼 광고수입만 월 3억…저작권법 개정은 미적지근

이날 토론회에는 밤토끼 운영자 검거에 앞장선 최호준 부산경찰청 사이버2팀장이 경찰 측 인사로 참여했다. 최 팀장은 "밤토끼에서 광고 단가를 2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올렸는데도 광고 30개가 다 붙어 월 3억씩을 받았다"면서 "압수수색할 때 발견된 돈만 1억5000만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밤토끼 대체재로 떠오른 한 사이트를 거론하면서 "이곳도 성인용품 등 광고가 24개나 붙어있던데, 3개월 정도 예상하고 검거할 계획"이라며 "이런 사이트들이 해외 서버나 우회 프로그램 등을 사용해 검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존 두달 가까이 걸리던 차단 심의 과정을 2주로 단축할 수 있는 저작권법 개정안은 지난해 7월 발의된 이래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표현의 자유 등을 이유삼아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생' '이끼'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윤태호 한국만화가협회장은 "한국 출판 만화는 불법 디지털 스캔본으로 몰락한 아픈 과거가 있다"며 "이건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며 불법 웹툰 사이트가 난립하는 시장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저작권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