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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캐디·설계사에 고용보험, 부작용 줄여야

권리보장 취지는 좋지만 일자리감소 부메랑 우려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을 4대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정책을 놓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수고용직은 택배기사, 화물차기사, 골프장 캐디,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를 일컫는다. 이들은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고용·산재·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혜택은 물론 노동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한다.

문재인정부는 이들은 실질적으로 근로자와 같은 일을 하면서도 고용 등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봤다. 그래서 이들과 계약관계에 있는 사업장에 4대 보험 가입을 강제하는 방안을 국정과제로 삼아 추진 중이다. 정부는 법 개정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 정책에 따라 이들도 일반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일자리를 잃으면 실직 전 월평균 보수의 50%를 최장 8개월간 실업급여로 받을 수 있다.

사회복지에서 소외된 특수고용직에게 고용안정과 사회안전망 혜택을 주고 권익을 보장하는 것은 옳은 정책 방향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게 문제다. 특수고용직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추진하는 정책이 되레 일자리를 빼앗고 고용불안을 부를 수 있어서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보험설계사에 대해 4대 사회보험 가입을 강제하면 설계사 4명 중 1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세대 이지만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보험사 소속 설계사 소득을 근거로 4대 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 보험사는 월 1075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문제는 이 비용을 설계사 구조조정을 통해 보전받으려 하고, 결국 실적이 저조한 설계사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모집실적이 낮아 월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저실적 설계사가 38%에 달하는 만큼 전체 보험설계사 40만명 중 최대 15만명가량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봤다. 고용보험에 가입시키자고 생계전선에서 뛰는 멀쩡한 보험설계사 4명 중 1명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셈이다. 특수고용직 권리 보호정책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권리보장도 좋지만 일자리가 먼저다.
일자리정부를 자임하는 정부가 멀쩡한 일자리를 걷어차서는 곤란하다. 특수고용직 권리보장은 이들에 대한 지위, 역할을 재정립하는 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보험설계사를 1년 단위 계약직으로 고용해 부작용을 줄이면서 특수고용직 문제를 푼 일본의 사례가 본보기가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