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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국내 원전 살려야 해외 수주 길 트인다

문 대통령 체코서 세일즈..인력 등 생태계 무너질 판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7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다. 앞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중간 기착지로 체코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체코에서 원전 수주를 위한 '세일즈 외교'를 예고한 셈이다. 그러잖아도 21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을 놓고 러시아 등 여러 나라가 군침을 흘리고 있다. 그래서 정상외교로 힘을 보태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버린 자식' 취급받는 국내 원전업계의 현실이 수주전에 발목을 잡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체코 국제 입찰경쟁은 현재 혼전 양상이라고 한다. 애초 유리한 고지를 점했던 러시아가 유럽연합(EU)과 사이가 벌어지면서다. 한국이 어부지리를 노릴 만한 국면이다. 하지만 집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바깥에서도 샌다는 속담이 있다. 국내 원전 기반이 갈수록 무너져 내리고 있어 하는 얘기다. 정부가 성급하게 탈원전 드라이브를 건 탓인지 에너지산업과 관련한 공공부문은 죄다 반핵·환경론자들의 입김에 좌우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하재주 원장이 최근 돌연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원자력 유관기관장 중 순수 원전 전문가는 거의 씨가 마른 상태다.

이러니 세계 최고 수준인 원전 생태계도 급속히 황폐해지고 있다. 당장 원전 인재풀이 붕괴될 조짐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1년여 만에 원전 운영과 유지·보수를 담당할 핵심 인력들이 대거 해외로 떠나지 않았나. 더욱이 올해 2학기 KAIST 원자력공학과 지원자는 한명도 없었다. 원전 밸류체인과 함께 부품 공급망 등 서플라이 체인까지 끊어질 위기다. 원자로 등 핵심 설비를 만드는 두산중공업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85.5% 급감했다고 한다. 신규 일감이 없어 2차 구조조정도 거론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중소 부품업체들이 고사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지금 전국에서 난개발식 태양광·풍력 발전소를 짓는 소리는 요란하다. 그러나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8%가 '원전의 유지 또는 확대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계획이 믿음을 잃었다는 뜻이다.
최근 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는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원전 기술력과 국제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정책' 추진에 합의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해외 원전 수주와 국내 원전 생태계 보호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허물어지는 지반 위에서 도약을 기대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