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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부, 통신 인프라 전면 재점검 나서야

KT 화재로 5G 불안 키워.. 선제적 예방책 마련 시급

서울 충정로의 KT 아현빌딩에서 24일 발생한 화재사고를 계기로 통신인프라 관리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넷에 기반한 현대사회에서 통신은 국민의 생활과 재산, 더 나아가 국가의 존립기반까지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신사업자는 개별기업이기에 앞서 국가기간 통신사업자라고 부른다. 실제로 이번 사고로 인해 전화선 16만8000회선과 광케이블 220조(전선세트)가 손상됐다. 이 여파로 서대문·마포·중·은평구 등 서울 서북권 일대에는 휴대폰을 비롯해 유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 휴대폰, 인터넷TV(IPTV) 등 KT 서비스가 먹통이 되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사고 여파로 KT 통신망을 사용하는 카드결제 단말기도 먹통이 되면서 주말 외식에 나선 시민들이 식당에서 카드 대신 현금으로 결제해야 했다. 이 때문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마다 현금을 찾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불이 난 KT 아현빌딩 통신구에는 광케이블과 통신선로만 설치됐고, 인화물질은 없어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 정확한 사고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통신망 사고로 인한 후유증이 얼마나 큰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더구나 5세대(5G) 시대 초연결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발생해 더 큰 우려를 낳는다. KT를 비롯한 통신사업자들은 5G를 미래 먹거리로 삼아 경쟁적으로 시장선점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본격적인 5G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문제는 전적으로 5G통신에 의존해 운영되는 통신 만능사회에서 이번 같은 통신망 사고가 몰고 올 후폭풍이다. 5G 통신을 기반으로 운행되는 자율주행차 시대에 갑작스럽게 통신망에 문제가 생길 경우 초래할 혼란을 생각해 보라. 사물인터넷으로 작동되는 산업시설이나 생활기반시설의 오작동이나 마비에 따른 피해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고는 5G 서비스에 앞서 통신 인프라 문제가 몰고 올 수 있는 통신대란의 선제적 예방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SK텔레콤, LG U+라고 통신인프라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통신사업자들은 안전한 통신망 관리와 사고 예방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스스로가 대비책을 마련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더 나아가서 정부 당국과 지자체는 국가기간 통신망은 물론이고 통신 인프라 관리체계의 전면적 실태조사와 재점검에 나서야 한다. 그 초점은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선제적 예방대책에 맞춰야 한다. 이를 통해 5G 시대에 걸맞은 종합적 통신인프라 관리체계를 만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