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염주영 칼럼] 줬다 뺏는 개혁

이상과 현실 합리적 조정 못하고 일관성 없는 개혁으로 저항 키워
과유불급 오류 왜 되풀이 하나

[염주영 칼럼] 줬다 뺏는 개혁

문재인정부가 민주노총과 갈라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들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출범했지만 민주노총은 참여하지 않았다. 그 대신 총파업을 벌였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민주노총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답했다. 양측은 감정적인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함께 잘사는 나라' '아무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 꿈을 실현하는 출발점이 사회적 대타협이고, 그것을 논의하는 자리가 경사노위다. 문정부는 경제가 축이 나고, 정치적으로 적지 않은 상처를 감수하면서도 친노동 정책을 고수했다. 그것은 사회적 대타협을 실현해보려는 꿈 때문이다. 그 꿈을 위해 민주노총에 공을 들였다.

그럼에도 문정부는 민주노총으로부터 '개 대접'을 받았다. 민주노총 설득에 쏟은 노력을 생각하면 문정부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일 것이다. 대화를 거부하고 총파업을 벌인 민주노총의 비타협 투쟁노선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민주노총과의 결별에는 문정부 쪽 귀책사유도 있다.

문정부는 친노동 정책을 할 때 '줬다 뺏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그 예다. 정부는 2년간 최저임금을 29%나 올렸다. 산업계가 그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서 고용이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그 충격이 투자와 생산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됐다. 정부는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결국 경영계가 내놓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에 노동계가 '최저임금 삭감법'이라며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 불참을 선언했다.

일련의 과정은 탄력근로제에서도 그대로 되풀이된다. 정부는 충분한 검토와 보완장치 없이 주52시간 근로제를 덜컥 내놓았다. 그러자 산업 현장 곳곳에서 아우성이 들렸다. 정부는 경영계의 탄력근로제 확대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노동계가 근로시간 단축을 무력화하는 조치라며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또다시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했다.

최저임금 인상률과 산입범위 문제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서로 맞물려 있다. 당연히 한 묶음(패키지)으로 처리됐어야 할 사안이다. 그렇게 했다면 노동계의 극단적인 반발도 피할 수 있었다. 주52시간 근로제와 탄력근로제 문제도 마찬가지다. 둘을 패키지로 처리했다면 민주노총에 경사노위 불참의 빌미를 주지 않을 수 있었다. 최저임금을 올렸다가 다시 깎자고 하고, 근로시간을 줄여놓고 다시 늘리자고 하는데 구경만 하고 있을 노조는 없다. '줬다 뺏는' 개혁이 노조의 저항을 키웠다. 문정부는 목적지가 5㎞ 전방에 있는데 10㎞를 갔다가 다시 5㎞를 돌아왔다. 이런 식으로 차를 몰면 기름값과 시간이 낭비된다. 국가가 정책운용을 이런 식으로 하면 낭비되는 것은 시간과 돈만이 아니다. 정부는 신뢰를 잃고, 정권은 지지를 잃는다.

과유불급이다. 문정부는 개혁과제 추진방식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앞뒤 재보지 않고 무리한 목표를 제시했다가 뒷감당을 못하는 일을 여러 번 되풀이하고 있다.
준 것을 다시 내놓으라 하면 누구라도 저항하기 마련이다.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면 정권의 실패를 부른다. 무턱대고 주었다가 문제가 생기면 뺏는 것보다는 줄 때 잘 검토해서 뺏는 일이 없도록 하면 더 좋지 않을까.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