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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1년만에 오른 금리, 추가인상 신중하길

불경기에 이례적 결정.. 성장세 꺾는일 없어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월 30일 기준금리를 1.5%에서 1.75%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11월 금리를 올린 지 꼭 1년 만이다. 빚이 많은 기업이나 가계엔 비상이 걸렸다. 불황 조짐이 뚜렷한 실물경제가 금리인상 파고를 제대로 넘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타이밍은 썩 매끄럽지 않다. 지난 9월 이낙연 총리는 국회에서 "금리인상에 대해 좀 더 심각히 생각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10월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금리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한은은 집값만 보고 금리를 결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결국은 두어달 뒤 한은이 정부 요청을 수용한 꼴이 됐다.

이 불황에 꼭 금리를 올려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올해 성장률은 3%를 밑돌 것이 확실하다. 내년 전망은 더 어둡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마저 증가세가 꺾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자동차는 미국발 관세폭탄 공포 앞에서 떨고 있다. 내년에 최저임금이 두자릿수 더 오르면 일자리 사정은 더 나빠질 게 뻔하다. 통상 중앙은행은 경기가 좋을 때 기준금리를 올려 거품을 빼고, 나쁠 땐 금리를 내려 경기를 살린다. 이번 결정은 이 같은 통념에 어긋난다. 30일 금통위에선 7인 금통위원 가운데 2명이 인상에 반대했다. 그만큼 내부에서도 이견이 컸다는 뜻이다.

물론 금리를 올려야 할 이유도 많다.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금리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게 불안하긴 하다. 부동산에서 보듯 장기 저금리 기조가 우리 경제에 거품을 쌓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1500조원을 넘어선 가계빚은 저금리가 낳은 시한폭탄이다. 다만 이 모두가 그렇게 걱정이라면 진작에 금리를 올렸어야 하지 않을까. 한은의 금리인상 실기론이 나오는 이유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에 처음 임명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연임시켰다. 박근혜정부 시절엔 줄곧 금리를 내렸다. 문재인정부에선 작년 11월과 올 11월 두차례에 걸쳐 모두 0.5%포인트 금리를 올렸다. 그렇다고 매파라고 하긴 어렵다. 금통위는 30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이다. 시장 상인들은 "차라리 외환위기 때가 더 좋았다"고 푸념한다. 한은이 경기를 꺾는 데 앞장서는 일만은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