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앤 영 / 구겐하임 미술관 학예실장
북미·유럽에 치중된 소장품 영역.. 동남아·남미·중동 등으로 넓혀
이민자들이 혼합된 뉴욕에서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 있어야
조앤 영 / 구겐하임 미술관 학예실장
"'구겐하임 맵' 프로젝트는 궁극적으로 현대미술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한 것이다. 단지 뉴욕의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전세계 사람들이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역의 미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전세계 최고의 미술관 중 하나인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조앤 영 학예실장(사진)이 지난 11월 30일 국립현대미술관 심포지엄 '미술관은 무엇을 수집하는가'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조앤 영은 지난 2012년 스위스 금융그룹 UBS의 후원을 받아 현재까지 '구겐하임 UBS 맵 글로벌 아트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북미와 유럽에 치중돼 있던 구겐하임의 소장품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그는 현재 동남아시아와 남미,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근·현대 미술을 연구하고 수집하는 일을 진행 중이다.
"특별히 이 세 지역을 선택한 이유가 따로 있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미술적으로 변방이었기 때문에 이 지역에 대한 프로젝트를 먼저 진행했다"고 말한 그는 "중국이나 일본에 대해서는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아시안 아트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향후 아프리카 전역과 호주 등지로 프로젝트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미술관이 소장품을 확대하는 데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특히 100여년 전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시대를 벗어난 이후 선진국이 제3세계 작품을 수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조앤 영은 "미국 뉴욕은 이민자들을 기반으로 한 혼합된 사회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이러한 문화적 기반을 바탕으로 한 제3세계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는 단지 그 지역에 구겐하임을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들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스스로도 "지난 20여년 동안 구겐하임에서 일하면서 전세계 예술이 하나로 뒤섞이는 과정을 목도했다"면서 "전세계의 예술이 서로의 시야를 넓히고 이를 통해 예술적으로 새로운 기회와 혁신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 뉴욕은 근·현대 시기에 국제적인 미술시장을 선도해나간 지역"이라면서 "구겐하임미술관은 지난 1937년 설립 이후 80년 넘게 수명을 이어오면서 많은 국제적 전시를 개최해왔지만 유럽과 북미 소장품 중심이라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 구겐하임은 앞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최근의 동북아시아의 정세 변화 역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북한의 경제 개방이 이뤄질 경우 이 지역의 미술품에 대해 연구하는 일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도 보였다. 조앤 영은 "현재 구겐하임 내에 한국계 영국인 큐레이터가 3~4년 전부터 합류해 이우환 전시 등을 기획한 바 있는데 북한의 미술 역시 매력적이고 투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시작된 구겐하임은 현재 이탈리아 베니스와 스페인 빌바오, 아부다비에서도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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