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美서 굴러다니는 스누버, 우리가 쫓아낸 꼴

자율차규제 피해 탈코리아..5G 통신망만 깔면 뭐하나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16년 6월 제7회 모바일코리아포럼(현 퓨처ICT포럼)에서 자율주행차 스누버(SNUver)가 서울대 교내를 달리는 모습을 생중계했다. 250여 참석자들은 눈앞의 자율주행차에 탄성을 자아냈다. 스누버는 자율주행차 분야 세계 권위자인 서승우 서울대 교수(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팀이 개발했다. 우리나라 도심에 최적화된 자율주행차 상용화라는 임무를 맡았다. 스누버는 그 뒤로 서울 여의도 일대 등 도심에서 6만㎞ 이상을 무사고로 주행하며 성능을 인정받았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지금, 스누버는 대한민국에 없다. 왜? 규제장벽 때문이다. 우버와 카풀 같은 혁신기업을 좌절시킨 규제가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스누버 운영회사인 토종 벤처 토드드라이버는 지난달 29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현지 건자재 유통기업과 자율주행 택배서비스로 상용화의 꿈을 이뤘다. 국내에서 개발한 기술을 해외로 걷어찬 셈이니 기가 막힌다.

자율주행차 시장은 2025년 420억달러(46조원) 규모로 커지고, 2035년에는 세계에 굴러다니는 4대 중 1대가 자율주행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자율주행차 시장을 놓고 선점경쟁을 펼친다. 혁신의 상징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가 대표적이다. 기업 입맛에 맞게 규제를 풀어 투자환경을 만들어주니 투자자(기업)들은 가능성만 보고도 신기술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실제로 이곳에는 구글, 애플, GM, 포드, 바이두 등 내로라하는 세계 자율자동차 기업 60곳이 몰려 치열한 각축을 벌인다.

우리는 어떤가.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산업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나 법·제도 개선은 더디기만 하다. 대통령까지 나서 규제혁파를 외치지만 허울뿐이다. 혁신기업들은 규제장벽에 가로막히고, 기득권에 밀리고, 투자 외면에 우는 3중고를 겪는다.

마침 통신업계가 지난 3일 세계 처음으로 5G서비스를 시작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시장을 선점하려면 연관된 비즈니스가 일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선 규제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규제·투자·인재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중국과 게임이 되지 않는다"는 서승우 교수의 말을 곱씹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