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이'의 모습.
‘창덕이'(태명)가 집에 온 첫날이었다. 나는 당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그때 안방에서 분주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조금만 더!” 아내가 말했다. “힘내라. 힘!” 장모님도 거든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어 냉큼 달려가 봤더니 그것은 바로 창덕이가 집에 와서 첫 ‘볼 일’을 보는 순간이었다.
아기는 변을 보는 중에 핏기가 올라와 얼굴이 붉다 못해 터질 것만 같았다. 인상은 어찌나 쓰는지 눈 주위와 이마에 주름이 잡힐 것만 같았다.그러다 어느 순간 아이의 표정이 갑자기 달라졌다. 그리고 생후 6주차 신생아는 서서히 얼굴색이 돌아오더니 모든 걸 내려놓고, 이 세상 모든 만물을 통달한 90대 노인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날의 ‘첫 똥’은 큰 의미가 있었다. 창덕이는 퇴원하기 전부터 스스로 변을 잘 보지 못해 관장을 해야 했다. 그래서 아내는 아기의 상태를 병원에 물을 때 제일 먼저 묻는 것이 몸무게이며, 두 번째가 그날 대변의 유무였다. 그만큼 창덕이의 대장활동은 우리 집의 대사였다.
그런 아기가 집에 데려온 첫날에 자신의 힘으로 변을 봤다. 우리 가족은 기저귀를 열면서 소리를 질렀다. 심지어 아내는 “창덕이는 똥도 잘 싸고 효자네”라고 말했다. 그렇다. 똥만 잘 싸도 효자가 되는 시기였다.
나는 창덕이의 변을 살펴봤다. 노랗고 녹색을 띠고 있었다. ‘아알못’(아기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아기의 변은 녹색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사실 나는 아기의 변은 처음 봤다. 나의 조카들은 이미 유치원에 갈 나이였고, 이전까지 누군가가 아기를 내 손에 맡기거나 기저귀를 가는 모습조차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에 ‘신생아 변’, ‘아기 대변 색깔’ 등의 키워드로 정보 검색을 했다. 알아낸 정보는 아기의 변은 보통 노란색이며, 녹색일 때는 아기가 장운동을 빨리하면서 담즙의 녹색 성분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서였다.
아기가 섭취한 음식물은 식도와 위를 지나 십이지장에 이르면 간에서 분비된 담즙과 섞여 녹색이 된다. 이후 장을 거치면서 담즙은 소화가 되고 변은 노란색을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아기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놀라거나 흥분하면 평소보다 장운동이 빨라지게 되고 그만큼 음식물도 장을 빨리 통과할 수밖에 없어 색이 녹색을 띠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걱정할 만큼 큰일은 아니란다. 녹변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되돌아온다고 한다. 다만 감기 초기나 장염일 때 녹변을 보일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은 ‘먹고 싸는 일’이 일상이다.
잘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배출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하면 할수록 늘기도 한다. 창덕이는 오늘도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온몸의 힘을 끌어모아, 목숨 걸고 용변을 본다. 그런 창덕이에게 해줄 말은 "힘 내라. 힘!"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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