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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대법관 영장 기각… 檢 공모관계 수사 문제 지적

법원 '제식구 감싸기'라 쳐도 법조계 "기각사유 중 소명 미흡.. 수사 원점서 재검토 해봐야"

'사법농단 의혹'을 둘러싼 '윗선'의 공모여부를 놓고 구속기로에 놓였던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해 법원이 사실상 공모관계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자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 여론과 함께 검찰의 수사에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처음부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의혹의 '최정점'으로 좌표를 맞춰놓고 무리한 법리적용을 한 것은 아닌지, 원점부터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法, 공모관계 성립 및 여부 의문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민성·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7일 박병대(61)·고영한(63)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구속영장발부 여부를 판단하면서 수집된 증거 등에 비춰볼 때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통적으로 피의자의 관여 정도, 공모관계의 성립 또는 공모 여부에 대한 의문을 나타냈다.

두 전직 대법관이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과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영장결과 직전까지만 해도 법원 안팎에선 이들 영장판사들의 최근 행보를 볼 때 발부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심사한 임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꼽히는 임 전 행정처 차장에 대해 "수집된 증거자료, 수사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고 전 대법관 영장심사를 맡았던 명 부장판사는 법원 내에서 검찰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뛰어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1998년부터 11년간 검사로 근무하다 2009년 경력법관을 통해 판사로 임용됐다.

■"수사 전반적 구조 재검토 해야"

두 판사의 이런 전력 때문에 검찰 내부에선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수사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법원이 두 전직 대법관을 구속해 수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뿐만 아니라 큰 틀에서 이번 수사의 전반적 구조에 대한 의문을 드러내면서 검찰로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일각에선 박·고 전 대법관과 양 전 대법원장의 공모관계에 대한 검찰의 논리 구조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이 나온다.

한 중견 법조인은 "법원은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해 소명(입증보다는 낮은 정도의 증명)이 되지만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게 아니라 소명 정도가 미흡하다는 이유를 기각사유 중 하나로 밝혔다"며 "이는 수사는 나름대로 했지만 소명자체가 되지 않았다는 말로, 표적수사에 대한 논란도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검찰 출신의 또 다른 법조인은 "판례는 대체적으로 공범관계를 넓게 인정하고 있는데도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지적을 받은 것은 수사를 잘못했거나 처음부터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해석해 볼 수도 있다"며 "검찰로서는 임 전 차장의 윗선들이 특정한 목적을 갖고 구체적으로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해 세심한 법리검토를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