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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안전·품질 해법은 적정공사비에 있다

[특별기고] 안전·품질 해법은 적정공사비에 있다

물건을 고를 때 품질과 가격을 놓고 고민하게 된다. 살림살이가 열악한 시절에는 가격 위주로 선택하여 자주 꿰매 입고, 고쳐 쓰곤 했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할수록 품질과 기호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값을 더 주더라도 오래 쓸 수 있고, 만족도가 높아 효용 총량은 오히려 커지기 때문이다. 건설분야에서도 스마트시티를 선도하는 싱가포르, 최적의 계획도시를 지향하는 영국, 최상의 가치를 위해 공공공사 품질확보촉진법을 시행하는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가격 중심에서 벗어나 공공발주자가 주도적으로 고품질 시설물을 얻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공공건설 시장에서는 여전히 가격에 얽매여 공사비 수준이 지난 15년간 오히려 악화됐다. 공사비 결정을 위한 기준가격은 낮춰진 반면 낙찰률은 그대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종전 100원에 시공하던 것을 80~90원 이하로 건설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난 10여년간 공공공사 위주로 수주하는 업체의 30% 이상이 매년 적자이고, 공공공사 10건 중 4건꼴로 손실을 보는 등 적자의 함정에 빠져 있다. 공사비가 부족하면 기업은 고품질 시설물 생산에 대한 의욕보다는 생존을 위한 리스크 회피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종사자의 근로여건 악화와 사고 개연성 증가, 나아가 시민편익 감소 및 도시경쟁력 약화까지 초래할 우려가 높다.

도시와 건축물은 그 시대의 정신과 문화수준을 투영한다. 이에 따라 세계적 첨단 도시와 관광시설물을 통해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읽을 수 있다. 우리도 세계 10대 경제강국에 근접한 만큼 이에 걸맞게 시설물 발주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그 시작점은 품질제고 의욕을 고취할 수 있도록 제값을 주는 것이다.

먼저 적정 공사비가 반영되면 하도급업체, 자재·장비업체, 근로자 등 직접 관계자에게 상향된 비율만큼 소득이전 효과를 유발하고 연관산업과 지역경제에 긍정적 연쇄 파급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고용창출과 일자리 질 향상에 기여하게 된다. 공사비 부족 시 인력을 축소하면서 가용인력을 쥐어짜는 데 골몰할 수밖에 없다. 반면 적정 공사비는 인력 추가 고용여력을 증가시키고, 일자리의 질적 수준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다. 건설업체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양질의 인력고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적정 공사비는 빈번한 유지·보수와 이로 인한 시민불편 등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나아가 품질향상에 따른 도시경쟁력 강화 및 미래 성장동력 확충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안전관리, 폭설·지진에 자동 대응하는 스마트도로, 증강현실을 활용한 품질관리 등 건설분야 4차 산업혁명 기술적용 여력이 확충돼 우리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선진국의 공공공사 낙찰률은 우리보다 10% 이상 높은 93% 수준이고 100% 이상에서도 빈번히 낙찰되고 있다.
이것이 해외 선진국의 안전과 품질 확보방법이다. 우리도 경제 수준에 걸맞게 질적 수준 향상에서 공공발주 해법을 찾아야 한다. 기해년 새해에는 공사비 낙찰률이 선진국 수준으로 상향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정병윤 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