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청명 포스코플랜텍 대표
포스코 정통 '기획맨' 출신
경영 정상화 기간 워라밸 방점
사진=서동일 기자
포스코 계열사로는 처음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가 충격을 줬던 포스코플랜텍이 탈바꿈하고 있다. 2015년 말 12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플랜텍은 2016년 영업익 100억원으로 적자탈출에 성공했다. 지난 해엔 영업익을 41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실적도 비슷한 것으로 예상된다. 전성기 만큼은 아니지만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채권단에 '경영정상화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지 2년 만에 포스코플랜텍은 이제 새 꿈을 꾸고 있다. 그 중심에 포스코 정통 '기획맨' 출신 조청명 대표(사진)가 있다. 플랜텍은 그동안 제철소, 공항 등에 공급해 온 석탄 하역, 저장, 이송설비 등 특화사업을 발전소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채권단과 주주들의 자본확충을 통해 워크아웃 졸업이 필요한 이유다.
2013년 성진지오텍과 합병 이후 급속하게 내리막길을 걷던 플랜텍의 존폐를 놓고 포스코 임원진간 격론이 벌어졌다. 당시 포스코 가치경영실장이던 조 대표는 '살리자'는 쪽에 섰다.
조 대표가 처음 부임했을 당시 플랜텍은 순차입금 6000억원에 수 년간의 손실 누적으로 자본금은 1000억원대로 줄어 있는 상황이었다. 차입금에 대한 연 이자만 200억원 가량 됐다. 연매출 5000억~6000억원 정도에 지속적으로 영업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2015년 초 모기업인 포스코로부터 2900억원의 통 큰 지원을 받았지만 전 성진지오텍 경영진의 900억원 횡령 사건이 불거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게 된다. 조 대표는 "액수로만 보면 큰 규모는 아닌데 그동안 플렌텍의 의구심을 품고 있던 은행들의 신뢰가 무너진 것이 컸다"고 회상했다. 플랜텍은 유동성 위기에 맞닥뜨리게 되고 결국 워크아웃에 들어간다.
조 대표는 부임과 동시에 가족들과 포항으로 이사를 했다. 직원들과 협력사에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였다. 노사건 회사간이건 협상들은 모두 직접 했다. 인력 감축과 발주처, 하도급사들과 채권·채무관계를 정리하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회생 로드맵으로 'FRUIT 전략'을 세웠다. 먼저 재무 안정(Financial Stability)을 위해 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2019년 이후로 채무상환을 연기해준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자도 변동금리 고정금리로 바꾸고 차근히 이자를 갚아나갔다. 사업 구조조정(Restructuring Business)를 통해 덩치도 줄였다. 조 대표는 "플랜텍은 제철소 설비 개·보수에 특화된 회사인데 성진지오텍과 합치면서 잘 할 수 없는 사업에 손을 댔다"고 진단하고, 제철소 업무에 집중하도록 했다. 비용절감(Undercutting Cost)과 시스템 구축(Improving Business Process)에도 힘썼다.
조 대표가 그 중에서도 제일 방점을 뒀던 것은 'T' 즉, 턴어라운드 리더십(Turnaround Leadership)이었다. 그는 "회사가 너무 어렵다보니 직원들 사이에 '뭘해도 안 될 것이다'라는 패배주의가 팽배했다"면서 리더십으로 조직 문화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조 대표는 관리직들을 중심으로 리더십 교육을 시작했다. 그야말로 마른 걸레도 짜내야 하는 워크아웃 기간이었지만 교육 훈련비는 두 배 이상 늘렸다. 또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분위기 쇄신도 병행했다. 경영 정상화 작업 기간이었지만 '워라밸'에 방점을 찍었다. 직원들이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야 승산이 있다고 봤다.
조 대표는 "육아휴직을 가라고 했더니 직원들이 추가 구조조정에 대한 의심을 하더라. 포스코가 요구하더라도 그건 내가 직을 걸고 막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육아휴직 3개월 간 월급의 80%를 보장했고 남성 직원들도 다 쓰게 했다"고 말했다.
안식월 제도도 만들었다. 5년 근무하면 한 달간 휴가를 줬다. 의심하던 직원들이 점점 문화에 적응하면서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높아졌다. 플랜텍은 지난 해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 우수기업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조 대표는 직원들의 건강에도 특별히 신경을 쓴다. 그는 "우리나라 대기업 직장인 건강 상태 조사 결과 고혈압, 고지혈 등 5대 질병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40% 밖에 안 된다는 조사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처음 플랜텍에 와서 조사한 수치도 40% 초반대였다"면서 "농반진반으로 건강해야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년에 건강검진을 2회 이상 하도록 제도를 만들고 국선도·요가 등 사내 건강 증진 프로그램도 개설했다. 본사 근처에 둘레길을 조성해 직원들이 식후 간단한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술자리를 줄이고 칼퇴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5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 비율이 2년 전 40% 초반대에서 작년 63%, 올해는 82.3%로 수직 상승했다.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조 대표는 숙원이었던 신입 공채도 5년 만에 처음 했다.
그는 "올해 처음 9명의 신입사원을 뽑았다.
다른 포스코 계열사보다 월급도 적고 지방인데도 아직 한 명도 이탈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조 대표는 이어 "플랜텍과 같은 B2B기업들은 흔히 직원 행복을 간과하기 쉽다. 당장은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조직을 지속가능하게 하긴 어렵다"면서 "직원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조직도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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