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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실수요자도 반갑지않은 청약제도 개편

[기자수첩] 실수요자도 반갑지않은 청약제도 개편

"앞으로 청약 가점을 잘못 계산해 부적격자가 되거나 분양대금 대출을 받지 못해 청약을 포기한 미계약자들이 점점 늘어날 겁니다."

올 하반기 '로또아파트'로 꼽힌 서울 서초구 래미안 리더스원에서 미계약자가 속출한 것을 두고 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가 내린 분석이다. 정부가 수차례 청약제도를 개편하고 대출조건도 까다롭게 바꾸면서 이를 미처 완벽하게 숙지하지 못한 수요자들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이 전문가는 내다봤다.

정부는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청약시장을 만들겠다며 각종 청약제도를 뜯어고치고 돈줄을 옥죄지만 정작 수요자들의 반응은 썰렁하기만 하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역을 가릴 것 없이 대다수 견본주택에는 한 가지 진풍경도 펼쳐진다. 방문객들이 내부 유닛이 아닌 상담석에만 몰려있는 것이다. 잇따른 청약제도 개편 이후 이 제도에 대한 방문객의 질문이 가장 많았다는 게 분양 관계자들의 공통된 답변이다. 내가 살 집이 어떻게 지어질지에 대한 실질적 관심보다 청약 가점 계산방법이나 청약조건을 파악하기에도 정신 없는 셈이다.

한 분양 관계자는 "근래 청약제도가 자주 바뀌다보니 분양 담당자들도 바뀐 내용을 숙지하기 빠듯하다"며 "하물며 실수요자들은 더 헷갈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청약하는 수요자들은 많은데 정부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청약제도를 수시로 바꾸고 있다"면서 "상황이 자주 바뀌다보니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청약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정부는 9억원을 초과하는 신규 단지에는 중도금대출을 제한하는 등 돈줄을 옥죄었지만 이마저도 불만이 속출한다. 대출이 막히면서 '돈 없는 고가점자'보다 '다주택 현금부자'가 더 유리해졌다는 지적이다.
한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는 "강남 새 아파트 중 가장 작은 평수의 분양가도 10억원 안팎인데 가점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면서 "정당계약이나 예비당첨자·잔여가구 추가 모집 모두 현금부자 전유물이 됐다. 무주택 일반 실수요자들은 더 이상 강남에 진입하지 말라는 의미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정부는 이제라도 청약제도 개편이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기회를 넓혔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볼 때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건설부동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