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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생계형 업종' 지정 논란… '막걸리 실패'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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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적합업종으로 K푸드 대표식품인 '김치·장류·김' 등 거론
업계 "소상공인 발목잡는 진짜 경쟁자는 '중국산 김치'다"지적

K푸드 '생계형 업종' 지정 논란… '막걸리 실패' 전철 밟나

문재인정부의 공약사항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13일 시행되는 가운데 전통식품사업을 하는 국내 대기업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 권고 수준에 그쳤던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달리 문재인정부의 생계형 적합업종은 법으로 못을 박는 방식이어서 지정되는 업종은 운신 폭이 더 좁아진다.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생계형 적합업종 관련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이 통과되면서 곧바로 법이 적용된다. 다만 법 적용품목은 향후 논의 대상이다. 특히 생계형 적합업종에 K푸드의 대표식품인 김치와 장류, 김 등이 거론되고 있어 향후 품목 지정을 두고 식품업계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K푸드' 세계화에 장애물 될 수도

11일 CJ제일제당, 대상, 샘표 등 전통식품업계는 생계형 적합업종 시행을 앞두고 초긴장 상태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소상공인이 생계를 영위하기에 적합한 업종을 지정해 보호·육성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으로,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유사하다. 다만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문제였다면 생계형 적합업종은 영세상인을 보호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지정기간도 중기 적합업종보다 2년 늘어나 5년이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은 해당 업종의 사업을 인수하거나 진출, 확장해서는 안된다. 또 3년간 품목, 수량, 시설, 용역과 판매촉진활동 등 영업범위가 제한된다.

한식 세계화에 노력해왔던 식품 대기업들은 테스트 시장인 내수시장을 잃게 될 우려감에 싸여 있다. 자칫 K푸드 세계화가 발목을 잡힐 처지다. 식품업계는 "내수시장 경쟁력을 빼앗는 상황에서 K푸드 세계화는 불가능하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한때 연간 1억달러를 넘어섰던 김치 수출은 중기적합업종 논란 속에서 지난 2015년 7354만달러까지 줄었다가 최근 들어 다시 회복세다.

특히 민관이 '김치 세계화'라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뛰는 상황에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김치의 경우 대기업은 B2C(기업·소비자간거래)가 주력이고 소상공인은 급식 같은 B2B(기업간거래) 위주여서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소상공인이 참여하는 김치시장의 진짜 경쟁자는 중국산 김치인데 생계형 적합업종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이 시장을 키우고, 소상공인은 지역 중심으로 사업을 하면 모두가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막걸리 실패 전철 우려감

전통장류를 생산하는 샘표도 걱정이 많다. 장류시장 규모가 2000억원 수준에서 정체돼 있는 데다 대기업도 아닌 상황에서 규제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샘표 관계자는 "중기적합업종 때도 시설투자나 마케팅에 제약을 많이 받았는데 생계형 적합업종은 법으로 규정을 하기 때문에 운신 폭이 더 줄어든다"면서 "장류 세계화를 위해 연구개발과 투자를 해야 하는데 이 같은 점을 반영해줬으면 하는 심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식품업계가 이런 우려를 내놓은 배경에는 막걸리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호황을 누렸던 막걸리 시장은 중기 적합업종에 포함되며 급격하게 추락했다. 막걸리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막걸리 사업에 진출하며 본격적으로 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지만 중기 적합업종에 포함되며 일제히 손을 뗐다"면서 "지금 막걸리 업계에서는 대기업들이 진출해 시장을 되살려주길 바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