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돈잔치 벌인 강남 재건축 조합원'절반'금품 받았다

주니까 받고, 받으니까 주고..현금·명품가방·호텔 숙박권..
신발장에 놔두고 경비실 맡기고..3개 건설사 임원 등 334명 입건
꼬리 자르기용 홍보업체도 끼워..검찰 송치된 조합원 9명 중
가장 적게 받은게 100만원

돈잔치 벌인 강남 재건축 조합원'절반'금품 받았다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공사 선정과 관련, 한 건설사가 조합원들에게 식사 대접을 원한다는 내용의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유포됐으며 건설사 직원의 명함이 부착된 돈봉투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사진 제공=서울지방경찰청


서울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에 선정 과정에서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들에게 수억대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국내 굴지의 건설사 임직원, 홍보대행업체 대표 등 수백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재건축 관련 조합원 2000여명 중 절반 이상이 금품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3개사 5억4000만원 금품 제공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현금과 명품가방, 호텔숙박 등을 제공한 혐의(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로 현대·롯데·대우 건설사와 건설사 임직원, 홍보대행업체 대표 등 총 334명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 건설사 3곳은 지난해 9월 및 10월 시공사 선정총회를 앞두고 홍보대행업체 직원을 통해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이중 현대건설은 현금, 명품가방 등 1억1000만원 상당을, 롯데건설은 현금과 고급호텔 숙박, 테블릿 PC 등 2억원 상당을, 대우건설은 금품 2억3000만원 상당을 제공 또는 제공의사 표시한 혐의를 받는다.

건설사가 조합원 마음을 사는 방식은 교묘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단체 카카오톡 방에 '과일을 살 때 반드시 조합 대의원 과일가게를 이용하라'는 글을 공지했다. 롯데건설은 여름성수기 특급호텔에서 좌담회 개최 후 조합원을 숙박시키고 고급 리조트를 제공했다. 대우건설은 조합원 신발장에 선물을 두고 오거나 경비실에 맡기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다.

현대건설 한 간부(부장급)는 조합총회 대행업체 대표에게 수주를 도와준 대가로 유령법인 계좌로 5억5000만원을 보낸 혐의(배임수중재)도 받는다. 조합총회 대행업체는 건설사 홍보대행업체 감시단 역할도 수행한다. 그러나 건설사는 불법 홍보를 감시해야 할 조합총회 대행업체까지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건설사 임직원은 홍보대행업체 선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접대를 받았다. 롯데건설 한 간부(상무급) 등 임직원 9명은 홍보대행업체 법인카드로 골프장, 유흥주점에서 총 3억원 가량을 사용한 혐의(배임수재중재)도 받는다.

건설사 임직원은 재건축 시공사 선정 비리 혐의를 부인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홍보대행업체와 홍보용역계약을 맺고 홍보활동비를 준 것일 뿐,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은 알지 못한다"는 식으로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건설사는 홍보대행업체를 내세워 비리가 적발돼도 꼬리 자르기 식으로 책임 회피했다"며 "건설사는 임직원 및 홍보요원 조직 체계를 갖추고 기획방을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보대행업체 직원이 건설사 명함을 소지하고 조합원을 개별 접촉했다"고 덧붙였다.

■조합원 절반 금품수수..9명 송치

조합원 상당수가 건설사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도시정비법은 금품을 제공한 시공사, 홍보요원 외 금품 수수하고 금품 제공의사표시를 승낙한 사람도 처벌한다.

경찰은 강남 재건축 관계된 조합원 2292명 중 조합원 1400여명이 금품 수수한 혐의(도시정비법 위반)가 인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건설사에게 받은 금품 액수가 큰 조합원의 모친 A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 기소의견 검찰 송치했다.

반포 소재 아파트 조합원 모친 A씨는 건설사에게 "시공사로 투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롯데건설과 대우건설 양측 모두에게 각각 2000만원, 4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송치된 9명 중 가장 적은 액수를 받은 조합원은 상품권 100만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합원 1400여명 행위자체는 불법이지만 일시 조합원 신분을 취득한 점을 고려해 입건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법이 제재하려는 건 시공사다. 조합원 절반을 입건하는 건 과잉수사가 우려됐다"며 "각 조합원은 경각심 수준에서 향후 유혹이 와도 넘어가는 사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건설은 서초구 반포주공 1, 2, 4 주구, 롯데건설은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 대우건설은 서초구 신반포 시공사로 각각 선정됐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