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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오영식 퇴진… 낙하산 폐해가 코레일뿐일까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KTX 강릉선 탈선사고 3일 만인 11일 결국 퇴진했다. 그는 탈선의 원인을 '추운 날씨' 탓으로 돌리는 등 전문성에 문제를 드러냈다. 빨간불이 켜진 안전운행 시스템을 바로잡을 역량이 없다면 물러나는 게 맞다. 그러나 이번 사고가 코레일이 선로전환시스템 오류를 감지하지 못한 인재(人災)라면 보통 문제일까. 대선캠프 출신 '낙하산' 인사로 인한 기강 해이라는 남은 잔재도 떨어내야 한다.

역대 정권마다 낙하산의 폐해는 심각했다. 보은 차원에서 꽂은 경영진이 취약한 입지를 만회하려 노조와 담합하기 일쑤였다. 이로 인해 공기업 수지가 악화되고, 기강은 무너졌다. 현 정부에서 본사 및 계열사 6곳의 임원 37명 중 13명이 낙하산으로 착지한 코레일도 그랬다. 경영진은 노조의 비위를 맞추며 남북협력 이벤트에 치중하는 인상을 줬다. 비정규직 승무원과 해고자를 주로 사무직으로 복직시키고, 남북 철도 연결조직을 키우면서다. 반면 정작 인력보충이 절실한 안전·정비 분야는 찬밥 신세였다. 경영진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 코레일 조직의 기강이 해이해지는 건 불문가지다.

그러잖아도 최근 3주간 10건의 크고 작은 철도사고가 잇따랐다. 얼마 전 고양시 백석동에선 한국지역난방공사 온수관 파열로 인해 사망자까지 나왔다. 당시 정치권 출신 사장은 사고 현장에서 보고를 받는 도중 입가에 웃음을 흘리다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다. 전문성 없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포진한 공기업들의 요지경 같은 풍속도다.

그렇다면 최소한 안전과 관련한 공기업에는 비전문가 투하를 자제해야 한다. 그런데도 여권은 공공기관에 시민단체 출신 인물을 채용토록 의무화한 법안 35개를 발의했다.
혀를 찰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강릉선 KTX 사고는 우리 일상이 과연 안전한가라는 불신을 국민에게 줬다"고 했다. 코레일 같은 공기업에는 '전문성 제로'인 낙하산 임원이 아니라 나사못 하나라도 제대로 죌 실무 정비인력을 수혈해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