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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사납금 80% 오르는 동안 택시기사 수입은 5% 줄었다

'택시-카풀 갈등' 이면엔 사납금 문제
한 달 254.6시간 운전대 잡고 사납금 낸 후 손에 쥐는 돈은 최저임금 수준인 166만7000원
월급제 개념 '전액관리제' 대안
"매출 정확하게 알 방법 없다" 20여년 전 사업자 반발로 무산
"카드 등 결제방식 일원화하면 충분히 도입할 수 있다" 의견도

[이슈 분석] 사납금 80% 오르는 동안 택시기사 수입은 5% 줄었다

"14년간 사납금은 80% 올랐는데, 택시기사 수입은 5% 감소했다."

택시업계와 공유차량 서비스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급기야 최근에는 택시기사의 분신 사망까지 나오면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택시기사의 소득 안정성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택시기사들은 불안정한 수익구조의 원인으로 사납금(차량 대여·관리비 명목으로 회사가 걷어가는 비용) 문제를 지목했다.

하루 13만원 안팎의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택시기사들은 매일 10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사납금을 공제한 뒤 벌어들이는 수익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이 때문에 월급제 개념의 '수익금 전액관리제'가 전면 도입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사납금, 14년간 80% 늘어

12일 서울노동권익센터가 2016년 펴낸 '택시기사 노동실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4년까지 14년간 서울시 택시기사의 하루 운송수입은 9만6282원에서 15만4745원으로 60.7% 증가했다. 반면 사납금은 7만4000원에서 13만3500원으로 80.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운송수입에서 사납금을 제외한 택시기사 개인수입은 같은 기간 2만2282원에서 2만1245원으로 4.7% 감소했다.

사납금을 납부하기 위해 택시기사들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1일 2교대 차량 기준) 택시기사는 월평균 254.6시간을 근무하고 166만7000원의 수입을 올린다. 이는 2016년 최저임금인 6030원 기준으로 근무했을 때보다 8.6% 높은 수치다.

보고서는 "법인택시 임금제도는 사납금을 제때 내지 못하거나 결근할 경우 입금액에서 공제하기 때문에 장시간·휴일 노동을 통해 사납금을 채울 수밖에 없게 된다"며 "사납금 제도를 통해 택시업체는 수익을 보전했고, 택시기사들의 임금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7년 국토교통부는 훈령을 통해 사업주가 사납금 등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전액관리제'를 도입했다. 전액관리제는 택시기사가 모든 수익을 납부하고 사업주가 이를 관리하는 것으로, 사실상 월급제 개념이다. 그러나 사업주의 반발과 법률 미비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대법원이 2007년 국토부 훈령이 법적 강제력이 없다고 판결하면서 거의 사문화됐다.

■전액관리제 도입 "충분히 가능"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택시업체의 86.4%가 사납금제로 운영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출이 투명해지면 '매출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어렵다'는 사납금제의 근거가 약해질 것"이라며 "결제방식을 카드로 일원화한 다른 서비스를 감안하면 전액관리제도 충분히 도입 가능하다"고 말했다.

업계의 갈등이 커지자 지난 10월 국토부는 사납금제 폐지를 재차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협의 과정 등을 고려하면 실효를 거두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택시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업계의 경쟁력 강화 노력도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노동 관련 한 전문가는 "차량공유 서비스의 시장 진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외국처럼 택시가 고급 운송수단으로 인식돼야 요금 인상에 대한 정당성이 생긴다"며 "장애인·아동 운송 특화나 여성안심 서비스 등을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이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구조의 사업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