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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택시업계] 카풀 연기로 급한불 껐지만..“승차거부 여전” 싸늘한 여론

<상> 저임금·여론악화 이중고
“7시간 운전에 10만원도 못찍어”
2교대 월평균 소득 166만원 수준
vs.
"카카오카풀 시민편익 도움" 56%
택시 서비스 점수 버스보다 낮아

카풀 서비스와 택시 업계 간 갈등이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카카오 측은 카풀 서비스 정식 출시를 미뤘고, 당정에서는 사납금 폐지 및 월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택시 업계의 반발은 그치지 않고 있다. 업계 측은 카풀 서비스 도입 근본적인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비판하면서 사납금 폐지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전문가들은 공유경제 확대 등의 산업구조 변화로 인해 택시 업계의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파이낸셜뉴스는 3회에 걸친 시리즈를 보도하면서 택시 업계의 고충과 문제점 등을 짚어보고 전문가의 시각을 빌어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위기의 택시업계] 카풀 연기로 급한불 껐지만..“승차거부 여전” 싸늘한 여론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고 최우기씨(57)의 분향소를 열었다. 사진=이진혁 기자


#.지난 15일 새벽 1시 서울 종로구 종각 인근. 줄줄이 택시를 기다리는 시민들 사이로 몇 대의 택시가 '휴무'와 '예약' 표시를 해둔 채 천천히 서행했다. 작게 열린 창문 사이로 일부 시민들에게 목적지를 알렸다. 택시를 기다리던 한 시민과 행선지가 일치하자 '휴무'였던 표시등은 꺼졌고 시민은 택시에 탑승했다. 이를 지켜보던 직장인 이모씨(33)는 "자정만 넘어가면 여전히 승차 거부 문제가 심하다"며 "이러니까 택시에 대한 여론이 안 좋을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분신 동료 부조 못 갈 만큼 힘들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 카풀'의 출시로 택시업계의 반발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한 택시기사는 카풀 반대를 외치며 분신한 뒤 사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택시업계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17일 경찰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택시기사 최우기씨(57)가 카풀 도입을 반대하며 국회 앞에서 분신해 숨진 이후,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단체는 12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분향소를 차렸다. 14일 오후. 분향소에서 만난 택시운전 30년차 이모씨(65)는 "누군가에게는 죽음을 선택할 정도로 택시 기사들에게 카풀문제는 심각하다"며 "일부 택시기사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 동료는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심상정 정의당 의원,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 등이 분향소를 찾았다.

최씨의 분신 이후 카풀 서비스는 정식서비스 출시를 연기했다. 길거리에서 만난 택시기사들은 카풀 도입이 '생존'과 직결된다고 입을 모았다. 개인택시를 30년간 운행한 전모씨(70)는 "분신한 동료에게 부조를 가고 싶어도 삶이 어렵다 보니 못 갈 정도로 심각하다"면서 "영업을 7시간 넘게 했는데 아직도 10만원을 못 찍었다"고 토로했다.

■열악한 수입 vs. 서비스만족도 최하

택시기사들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2016년 펴낸 '택시기사 노동실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일 2교대 차량 기준) 택시기사는 월평균 254.6시간을 근무하고 166만7000원의 수입을 올린다. 이는 2016년 최저임금인 6030원 기준으로 근무했을 때보다 8.6% 높은 수치다.

그러나 여론은 녹록지 않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0명 중 '카카오 카풀이 시민 편익 증진에 도움 된다'고 응답한 사람은 56%(280명)로 집계됐다.

서비스 만족도 역시 시민들의 싸늘함이 그대로 반영됐다. 한국표준협회에 따르면 서울 등 5대 도시 택시의 전체 서비스 품질 점수 평균은 56.1점으로 나타났다. 도시철도(74.5점) 고속버스(75.2점) 등 기존 조사 대상 업종보다 점수가 낮았다.

서울시에 접수된 택시 관련 민원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9월까지 접수된 택시불편신고 민원 1만4401건 중 불친절(5006건)과 승차거부(4087건)가 민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부당요금(3439건)이 뒤를 이었다.


택시기사들은 저임금과 여론 악화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법인택시 20년 경력인 허모씨(67)는 "다들 택시를 욕하는데 아르바이트보다 못 번다는 사실을 몇 명이나 아는지 모르겠다"며 "사람이 죽어서야 카풀 연기가 되는 게 말이 되는 건가"고 말했다. 이어 "극히 일부지역의 불친절한 택시기사를 두고 도매금으로 싸잡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