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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노믹스 J턴하라] WTO 체제 개편… 중국 vs. 선진국 통상갈등의 핵으로

투명성 제고·통보 준수 새 규정
개도국 거센 반발에 부딪힐 듯

【 베이징·서울=조창원 특파원 박종원 기자】 국제 통상질서의 틀이자 분쟁의 중재자인 세계무역기구(WTO)의 체제 개혁이 올해 주요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WTO 체제 개혁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들이 주도하고 있다. WTO 개편 논의가 예전에도 제기됐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도 했지만 이번 개편 논의는 예전과 다르다. 글로벌 경제 최강국으로 급부상하는 중국과 선진국 간 통상갈등이 WTO 개편 문제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투명성 제고 및 통보 강화, 분쟁해결제도 개혁, 21세기 글로벌 무역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신무역규범 제정 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사실상 세계 실물경제의 주도권을 양분하는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WTO 개편 논의도 양국의 힘에 휩쓸리고 있다. WTO 체제 개편의 주요 논의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대 논쟁 포인트는 산업보조금 지급 문제를 꼽을 수 있다. WTO 개편 논의 가운데 첫번째에 해당하는 투명성 강화 및 통보 개선은 WTO의 규범을 이용해 '중국 제조 2025' 정책에 대한 산업보조금 지급과 중국 국영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 분쟁해결제도 개혁 역시 이를 법적으로 안정화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WTO 체제 재편을 위한 합의점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데니스 시어 제네바대표부 주재 미국 통상담당대사는 지난해 12월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무역정책검토회의에서 "경제와 무역에 대한 국가 주도의 중상주의적 접근을 계속 포용하고 있는 중국 때문에 제기되는 근본적 난제를 다룰 장비가 WTO에 갖춰져 있지 않다"고 중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국을 WTO 회원국으로 가입시켰지만 기존 회원국들이 포용하는 시장개방 접근법과 다른 중국만의 폐쇄적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어 모든 회원국의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해를 끼치고 있다는 게 미국 측의 주장이다.

WTO는 체제 개편 논의과정에서 미국과 중국 간 의견차가 클 경우 현행 체제가 아예 유명무실화되는 기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선진국이 원하는 수준의 WTO 개혁에 도달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WTO 다자체제는 선진국 연합 및 이들을 동조하는 국가들과 그 외의 개도국들 연합으로 양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사한 생각을 공유하는 국가들이 복수국 간 협상을 통해 독자적인 새로운 무역규범과 제도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투명성 제고 및 통보 준수는 산업보조금 정책을 적극 활용하는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럼에도 투명성 제고 및 통보 개선의 대의를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에 회원국들의 무역정책 투명성 제고 및 통보 개선이 기존보다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편이 이뤄질 경우 기존의 산업보조금 개념을 재정립하고 금지보조금의 범위도 이전보다 확대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보통 산업정책에서 보조금 지급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우리나라의 산업정책 수립과정에서도 이 부분을 민감하게 다뤄야 할 것으로 보인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