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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국민은행 고객 "파업 또 하면 주거래 은행 옮겨야"

뿔난 국민은행 고객 "파업 또 하면 주거래 은행 옮겨야"
KB국민은행 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KB국민은행 지점 모습. 해당 지점은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직원 5명과 본사 파견직원 4명이 은행창구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2019.1.8/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대출·출금 등 업무 차질…일부 고객 발걸음 돌려
"은행, 꼭 필요한 서비스…상생 방법 찾아라"

(서울=뉴스1 ) 박주평 기자,장도민 기자 = "잠깐의 불편은 참을 수 있지만 파업이 반복되거나 길어지면 주거래 은행을 옮겨야 할 것 같다"

8일 오후 12시50분, 대출 관련 업무를 위해 KB국민은행 명동지점을 찾은 회사원 정모씨(33·여)는 점포를 나서며 이렇게 말했다.

정씨는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을 받았는데 집을 상속받게 돼 대출을 상환해야 한다"며 "다른 대출이 가능한지 상담하러 왔다"고 했다. 하지만 정씨는 '본점에서 정보를 받아와야 하는데 직원이 없어 안된다'는 설명에 다음날 다시 지점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중구 일대 영업점에선 고객이 몰리면서 발생하는 혼란은 없었지만, 은행을 찾은 고객들이 필요한 업무를 하지 못해 불편을 겪는 일이 발생했다.

오후 1시15분쯤 강모씨(55·남)는 돈을 찾으려 서린동 지점을 찾았다가 입구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이날 서린동 지점에선 파업 여파로 파견 직원이 근무하는 등 9개 창구 가운데 2~3곳만 운영했다. 현금카드가 없던 강씨는 창구에서 통장을 이용해 출금하려 했지만, 현금자동인출기(ATM)를 이용한 업무만 가능다는 답변을 들었다.

강씨는 "출금이 안 된다고 하니 당연히 불편하다"면서 "파업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귀족노조'라고 하지 않나, 상생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파업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기에 주거래 은행 변경을 고민해봐야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 직원은 "고객들이 뉴스 등으로 파업 소식을 접했기 때문인지 걱정만큼 혼란은 없었다'면서도 "방문을 미룬 손님들이 내일 많이 오시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비대면 채널을 이용하기에 당장 큰 불편은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세종로 지점에서 ATM을 이용한 이모씨(62·여)는 "어차피 송금 등은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으로 해 불편함은 못 느낀다"고 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민은행의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등 비대면거래 건수는 전체 채널 거래의 86%를 차지했다.

파업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이씨는 "은행은 국민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은행원들 대우도 좋지 않냐"면서 "나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파업이 길어지면 은행을 옮기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다.

이날 국민은행은 전국 1057개 영업점의 문을 열었다. 400여곳의 거점 점포는 정상 운영하지만 일부 점포는 인력 부족 등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노조는 사측이 요구안을 수정하지 않을 경우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2차 총파업, 3차(2월26∼28일), 4차(3월21∼22일), 5차(3월27∼29일) 총파업 일정을 잡고 있다. 더불어 설 연휴와 3월 4일에 조합원 집단휴가를 독려 중이다.

그러나 고임금 은행원의 파업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국민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은 2017년 기준 9100만원이다.
시중은행 중에서도 하나은행(9200만원)에 이어 2위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파업은 생존권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진행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파업의 명분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성과급 300% 지급, 호봉상한제(페이밴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