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풀죽은 반도체, 미래 먹거리 한시가 급하다

관련종목▶

삼성전자 4분기 실적 후퇴
바이오·AI서 돌파구 찾아야

삼성전자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이 10조8000억원에 그쳤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던 직전분기(3·4분기, 17조5700억원)와 비교하면 38.5%나 격감했다. 매출도 59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9.9% 줄었다. 삼성전자가 8일 이 같은 내용의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어닝쇼크다. 실적악화의 요인은 국내업체들의 반도체 주력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세계 경기둔화로 수요업체들이 재고를 줄이고 있어서다. 게다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올 상반기에도 삼성전자의 실적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체 경기악화는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한다. 기업 설비투자와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를 넘는다. 반도체 한 품목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산업구조를 감안할 때 반도체 경기가 꺼지면 한국 경제는 막대한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 조짐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반도체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8.3% 줄었다. 반도체 월별 수출액이 감소한 것은 27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국 제조업이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한때 세계 최강이던 조선업은 이미 몰락했다. 철강·자동차·스마트폰 등도 중국에 밀려 뒷걸음질하고 있다. 반도체는 주력 제조업 가운데 한국이 아직도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유일한 품목이다. 지난해 한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D램이 73%, 낸드플래시가 52%였다. 그러나 반도체마저도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됐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7%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이후에 대비한 미래 먹거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된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생활로봇을 공개했다. 지능화된 초연결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경쟁사인 애플과도 손을 잡았다. 그러나 아직은 이렇다 할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에 이어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갈 구원투수가 나와야 한다.
기업들은 바이오·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5G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정부는 이것이 가능하도록 신산업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