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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최저임금 겉핥기에 그친 대통령 신년회견

"자영업자 대책 강화" 약속
실효성 있는 해법 내놓길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 성장, 혁신을 유난히 강조했다. 반가운 일이다. 새해 한국 경제는 안팎으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런 때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민생에 관심을 쏟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문 대통령의 회견은 두 가지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하나는 최저임금 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규제 철학이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과 일문일답에 앞서 8000자가 넘는 신년사를 읽었다. 그 가운데 '최저임금'이란 단어는 딱 한번 나온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 우리 사회가 최저임금을 두고 겪은 진통을 고려하면 인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바라는 자영업자들의 요구와 거리가 멀다.

최저임금은 지난해 16.4%, 올해 10.9% 올랐다. 게다가 고용노동부는 주휴수당 지급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시행령 개정을 강행했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막 숨이 넘어갈 판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시행령 개정 철회를 요구하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등 발버둥을 치고 있다. 이들은 시행령 철회와 함께 업종별·규모별 차등화처럼 피부에 와닿는 정책 변화를 원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자영업자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어루만지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또 "혁신으로 기존 산업을 부흥시키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신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은 대통령의 의지를 아직 실감하지 못한다. 정부가 여전히 포지티브 규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정부는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그중엔 내국인을 손님으로 받는 숙박공유를 연 180일 한도 안에서 풀어준다는 내용이 있다. 정부가 규제의 키를 꽉 틀어쥔 채 일일이 허가를 내주는 방식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일단 다 풀어준 뒤 부작용을 손질하는 네거티브 규제는 다른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포지티브 규제 아래선 혁신다운 혁신이 나오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어느덧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이 난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해법, 곧 각론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도자라면 능히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겸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의 해법은 시장과 자꾸 충돌한다. 그만큼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뜻이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