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처럼 기존 증권 규제틀에서 STO 접근해야” 목소리도
연초부터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이 암호화폐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부동산이나 값비싼 그림 등 실물자산을 담보로 암호화폐(토큰)를 발행해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은 뒤, 수익창출 등 사업 성장 단계에 따라 배당 형태로 돌려주는 ‘증권형 토큰 발행(STO)’이 기존 암호화폐공개(ICO)를 대체할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전통적 금융시스템과 블록체인‧암호화폐 생태계를 연결해줄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는 이미 STO가 암호화폐 시장의 주류로 급속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국내에서도 STO를 선언하는 기업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STO도 기존 ICO와 같이 법‧제도 사각지대 속에서 뿌리조차 내리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STO가 실물자산을 담보로 한다는 점에서 ICO에 비해 안정성이 높고 새로운 금융서비스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정부가 인정하고 법·제도 정비에 적극 나서는 것이 시장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국내외 암호화폐 업계 STO 급부상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싱가포르 등에서 민‧관 정책협력으로 증권형 토큰 플랫폼 및 거래소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STO가 급부상하고 있다. 기존에 ICO를 준비했거나 일부 진행했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STO로 방향을 전환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법률회사(로펌)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또 블록체인·암호화폐 분야 테크 스타트업(기술 중심 창업초기기업) 코드박스가 최근 자체 개발한 자산 토큰화 플랫폼 ‘코드체인’을 출시하는 한편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 체인파트너스는 글로벌 증권형 토큰 플랫폼 폴리매스 등에게 증권형 토큰 개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CP리서치)는 ‘2019 블록체인 및 디지털 자산(암호화폐)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STO는 ICO보다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전통자본 시장과 블록체인 산업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STO 분리해 법·제도 논의 속도내야
하지만 단기간에 STO 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감 보다는 명확한 가이드라인 및 법규 체제를 마련하는 것에 논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근 증권형 토큰 리서치 팀을 구성한 서울대 블록체인 학회 디사이퍼는 공식 블로그 플랫폼 미디엄을 통해 “증권형 토큰이 지니고 있는 한계점은 규제”라며 “기존 자산을 토큰화한다는 개념이 실생활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규제적 측면이 뒷받침 되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회 4차 산업혁명특별위원회(국회 4차 특위)가 2기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현재 ICO와 동등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는 STO와 관련, ICO와 STO의 차이를 인지하고 별도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 정부가 2017년 9월 발표한 ‘모든 형태의 ICO 전면금지’란 틀에서 STO를 분리시켜 제도 마련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블록체인법학회 부회장인 윤종수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수단(유틸리티형 토큰)이나 자산 증서 등 암호화폐 역할과 용도가 다양하므로 이에 대한 법적 성격을 한 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며 “다만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증권형 토큰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하고, 일본 정부가 기존의 자금결제법 대신 금융상품거래법에 의한 규제를 검토하는 것은 기존 증권 규제 틀에서 암호화폐를 바라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국회 4차 특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도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 달리 미국과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은 우리도 충분히 시도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현재 암호화폐가 증권인지 여부조차 불분명한 만큼,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관련 업체가 합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