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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통령·기업인 회동, 후속조치가 더 중요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 돼
알맹이 있는 결과물 기대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재계 인사들을 만났다. 지난해 7월 기업인들과 호프미팅을 가진 지 1년6개월 만이다. 이날 모임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달라"고 당부했다.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이 사회를 보았고, 기업인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내놨다. 문재인정부는 일자리정부다. 그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대통령과 기업인의 만남은 잦을수록 좋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보면 청와대 회동은 보여주기식 쇼에 그친 적이 많다. 대통령은 기업을 챙긴다는 이미지를 얻고, 재계는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갖추는 선에서 적당히 타협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번만큼은 달라지길 바란다. 그러려면 피부에 와닿는 후속조치가 따라야 한다.

사실 재계의 소망은 문 대통령과 정치권이 이미 잘 안다. 대한상의는 지난해 12월 국회에 6대 현안 건의문을 제출했다. 상의는 신중입법으로 3건, 조속입법으로 3건을 제시했다. 신중입법은 상법 개정, 공정거래법 개정, 복합쇼핑몰 규제법이다. 조속입법은 규제개혁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최저임금법 개정이다. 이번 대화가 덕담에 그치지 않으려면 6대 현안 가운데 일부라도 손에 잡히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문재인정부가 서비스산업기본법 제정에 더 큰 힘을 쏟기를 바란다. 제조업에선 예전처럼 일자리가 나오지 않는다. 반면 서비스업은 여전히 사람 손길을 필요로 한다. 병원이 좋은 예다. 의사·간호사와 같은 의료진은 물론 간호조무사·간병인들이 제각기 할 몫이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8년째 국회에 묶여 있다. 근거 없는 의료 영리화 우려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의사 등 기득권층의 반발을 뛰어넘으려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15일 '카카오T 카풀' 시범서비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택시업계와 "서비스 출시를 백지화할 수도 있다는 열린 자세로 대화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선 세계적인 공유기업 우버도 발을 붙이지 못하고 떠났다. 이제 카카오 카풀도 불투명하다.
지난해 8월 문 대통령은 과거 영국의 붉은깃발법 사례를 들며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은 속도와 타이밍이 생명"이라고 말했다. 불행히도 현장에선 대통령의 말이 먹히질 않는다. 이 모순을 바로잡지 못하는 한 대통령·재계 회동은 또다시 알맹이 없는 쇼에 그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