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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2000명 떠나는 은행..."명퇴 조건 좋아 신청 늘어"

연초 2000명 떠나는 은행..."명퇴 조건 좋아 신청 늘어"
KB국민은행 1월8일 총파업 자료사진 © News1

연초 2000명 떠나는 은행..."명퇴 조건 좋아 신청 늘어"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주요 시중은행, 연말연초 일제 희망퇴직
비대면 대세 속 '고임금 인력' 부담…감축폭 커질 듯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올해 초에만 은행권에서 2000여명이 퇴직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비대면 영업이 확산하며 은행 점포와 인력이 동시에 줄어들고 있다. 은행이 '고임금·평생 안정 직장'이라는 기존 사회적 공식은 옛말이 된 지 오래됐다. 최근 KB국민은행의 총파업이 인력 감축을 더욱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희망퇴직을 줄줄이 실시한다. KEB하나은행이 이날까지 1964년생 직원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대상자는 330여명. 하나은행은 특별퇴직자에게 최대 36개월치 퇴직금과 자녀 학자금, 재취업·전직 지원금을 준다.

국민은행은 1966년생 이전 출생인 부점장급, 1965년 이전 출생 팀장·팀원급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2100여명이 대상이었는데 600여명이 신청했다. 퇴직자에게 최대 39개월치 특별퇴직금과 자녀학자금 지원금, 재취업 지원금 등을 제공한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하다. 신한은행은 부지점장급 이상 일반직 중 1960년생 이후인 직원, 차·과장급(4급) 이하 일반직, 리테일서비스직, 무기계약직, 관리지원계약직 중 1964년생 이후인 직원을 대상으로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신청자는 230여명이다. 최대 36개월치 특별퇴직금과 자녀학자금 지원 등을 지원한다.

은행들은 전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자녀학자금과 재취업 지원금은 당연히 따라붙고, 특별퇴직금 규모를 늘렸다. 상대적으로 후한 퇴직 조건에 전보다 신청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 확대를 위해 은행권에 적극적인 희망퇴직을 권장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은행들이 눈치 보지 말고 희망퇴직을 실시하도록 퇴직금 인상 등을 적극 권장하겠다"고 말했었다.

영업의 중심이 기존 오프라인에서 비대면으로 옮겨가는 변화가 인력 감축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시중은행·인터넷은행·지방은행 임직원은 2017년 6월말 10만8874명에서 지난해 10만6473명으로 1년새 2000여명 줄었다. 같은 기간 점포도 6512개에서 6252개로 감소했다. 경기 성장세 둔화와 집값 안정 정책에 다른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은행권 경영 실적도 하락세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은행권 당기순이익이 지난해보다 2조원(17%)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최근 국민은행의 파업에서 큰 혼란을 낳지 앟는 것도 오히려 인력 감축의 명분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터넷 모바일 등 비대면으로 은행 업무를 보는 고객이 급증하면서 이번 국민은행 파업의 실제 체감이 크지 않았는데, 은행인력이 과다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내부 직원들도 비대면 확산, 인력 과잉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희망퇴직 조건이 전보다 좋아져서 과거처럼 잘려서 나간다기보다는 챙길 것을 챙기고 나가서 제2의 인생을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