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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증권거래세 폐지 검토, 오히려 늦었다

민주당 지도부 긍정적 반응
금융홀대론 없앨 좋은 기회

증권가의 숙원인 증권거래세 폐지론이 다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불을 지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금융투자업계 간담회에서 "자본시장 세제 개편을 공론화할 시점"이라며 "지금의 규제들이 필요한 것인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구체적으로 "증권거래세 인하 또는 폐지 문제를 당정이 조속히 검토해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증권거래세 폐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미 국회엔 최운열 의원이 낸 폐지법안이 있다.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들뜬 것도 무리가 아니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팔 때 거래대금에 물린다. 우리나라에선 1963년에 처음 도입됐다. 그러다 1971년에 폐지됐고, 1978년에 부활했다. 현행 0.3% 세율은 1996년부터 23년째 시행 중이다. 증권거래세 폐지는 축 처진 증시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혁신자본의 역할이 크다. 이제서야 폐지를 검토하는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증권거래세는 1930년대 대공황의 산물이다. 증시가 고꾸라지자 미국 정부는 함부로 주식을 사고팔 수 없게 벽을 쌓았다. 그 벽이 증권거래세다. 하지만 전후 증시는 건전한 자본시장으로 자리잡았고, 그 추세에 맞춰 미국은 1960년대에 증권거래세를 없앴다.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증권거래세는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제도다.

증권거래세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에도 어긋난다. 투자해서 돈을 까먹어도 예외없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손해에 과세하는 꼴이라 늘 불만이 따른다. 이중과세 논란도 있다. 주식을 많이 가진 대주주들은 주식 차익에 대해 고율의 양도소득세를 따로 문다. 이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안 내려고 연말에 보유주식을 내다파는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

걸림돌은 세수다. 증권거래세는 지난해 8조원가량 걷혔다. 나라살림을 책임진 기획재정부가 폐지에 반대하는 이유다. 주요국 사례를 보면 증권거래세를 없애는 대신 양도차익 과세, 곧 자본이득세를 강화하는 추세다. 이익에 세금을 물리는 자본이득세는 과세원칙에도 부합한다.


다만 세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증권거래세를 없애는 효과가 사라진다. 문재인정부는 금융산업을 소홀히 취급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번 기회에 민주당이 증권거래세를 잘 손질해 이런 인식을 불식시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