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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실패해도 좋아’, 돋보이는 SK 실험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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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끌어내기 위한 SK의 도전이 참신하다. SK하이닉스는 17일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하이개라지(HiGarage)'를 출범시키고 아이디어 6건의 사업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모두 12억원의 사업비가 제공되며, 향후 2년간 벤처창업 전문가들의 컨설팅도 지원된다.

하이개라지 사업은 규모가 크지 않다. 그럼에도 눈길을 끄는 것은 '실패해도 좋아'라는 모토 때문이다. 사업화에 성공하면 제안자(사원)는 창업과 사내 사업화(분사)를 선택할 수 있다. 분사를 선택하면 발생한 이익의 일부를 제안자에게 나눠준다.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인사상 불이익도 없다. 본인이 희망하면 원조직으로 복귀할 수 있다. 한마디로 과실은 회사와 제안자가 공유하고, 손실은 회사가 떠안는 방식이다.

하이개라지의 개라지(garage)는 '차고'라는 뜻의 영어단어다. 애플 등 세계 유수의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처음에는 초라한 차고에서 창업한 것에 착안한 것이다. 그들의 창의와 도전 정신을 본받자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 사원들은 지난해 8월 시작된 사내벤처 공모에 모두 240건의 아이디어를 냈다. 이 중 사업화 가능성과 사회적 가치를 기준으로 심사해 6건을 골랐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사원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라고 한다.

SK하이닉스의 실험은 세계 최고 혁신기업으로 성장한 아마존의 경험을 되돌아보게 한다. 아마존의 성공한 혁신 이면에는 많은 실패사업이 있다.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는 "실패와 혁신은 쌍둥이"라고 말했다. 2017년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 "나는 아마존을 가장 성공한 회사보다는, 가장 편하게 실패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썼다.

실패를 배척하면 혁신이 나올 수 없다. SK하이닉스의 이런 자각은 최태원 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청와대 초청 기업인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나눈 대화 내용과 맥을 같이한다. 최 회장은 "혁신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며 "이를 용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실패를 통해서 축적이 이뤄져야 혁신이 가능하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혁신하려면 실패를 끌어안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들은 한 번 실패하면 거의 재기 불능의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SK하이닉스의 실험이 실패를 쌓다보면 혁신을 이룩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