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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포용성장 막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여의나루] 포용성장 막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해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고자 하는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나라를 찾아보라면 우리나라도 손꼽힐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정부도 최근 경제 활성화의 중요한 한 수단으로 혁신을 강조하면서 대통령을 비롯, 부총리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광폭 행보'를 하면서 그 실현을 위한 노력을 독려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랜 숙제로 남아 있던 수소차 문제가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4차 산업혁명의 정점으로 간주되는 데이터, 인공지능(AI) 경제를 실현하는 일을 부총리 주재 혁신성장전략회의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올려놓은 것도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신산업이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필자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을 이용한 혁신 노력은 이렇게 대통령과 범정부가 동원돼야만 가능한 일일까. 실은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작은 비즈니스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효과가 발현돼 좋은 신산업이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놓치고 있는 것 같다. 딱딱한 제도적 장벽들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신산업이 쉽사리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많은 분야에서 시도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일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늘 써오던 물품, 서비스이지만 만드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서로 잘 연결되지 못하는 현상, 즉 '정보의 막힘 현상'을 해결하는 데서 출발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고 자신들도 그렇게 성사된 거래에서 작은 부가가치를 얻고자 하는 비즈니스다. 그래서 데이터·AI 경제와 같이 지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큰 과제들만큼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그 경제적 영향도 크지 않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으로는 새로운 산업의 창출,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 나타난다는 의미에서 혁신성장의 좋은 예임이 틀림없다. 더욱이 대부분의 온라인 플랫폼은 소비자를 찾지 못하는 작은 생산자들, 즉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비즈니스를 돕고자 하는 경우가 많으니 현 정부가 지향하는 '포용적 성장'을 가져오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의 온라인 플랫폼이 좌절을 맛보고 있다. 공공성, 공익성을 이유로 작은 온라인 플랫폼사업자들이 넘보기 어려운 자격요건을 규정해 놓은 진입규제들 때문인데 결국 조금 먼저 사업을 시작해 시장을 선점한 '기존 사업자'들의 이익만을 보호하는 진입규제 때문에 혁신성장과 포용성장의 좋은 사례들이 좌초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경기 수원에서 제법 명성을 얻고 있는 못골시장 상인들이 만들려고 했던 시장반찬 온라인몰이 식품제조가공업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장벽 때문에 좌초된 사례, 온라인몰과 손잡고 빵을 판매하는 바람에 불량식품업자가 돼버린 소형 제빵업자의 사례 등을 들 수 있다. 그 밖에도 온라인 폐차처리 플랫폼 비즈니스를 가로막는 입지·시설 규제, 렌터카 비즈니스에 부과하는 과도한 차고지 규제, 온라인을 통한 동물용 의료기기 수리·판매업에 가해지는 시설규제, 심지어는 결혼중개업에도 가해지는 시설기준 등등 열거하자면 한이 없다.


이런 진입규제들은 부실한 사업자들로 인해 소비자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관점에서 만들어진 시설, 입지, 자본금, 인력 등의 요건들이다. 작은 온라인 플랫폼들이 생산자와 같은 수준의 규제 때문에 사업을 하지 못하는 불합리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이런 식의 불합리한 규제들을 면하게 해주는 것도 4차 산업혁명을 발현시키는 과제다.

김도훈 서강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