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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네이버는 왜 인터넷銀 진출을 포기했을까

은행법상 그물 규제 여전
일본·동남아 진출은 확대

국내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의 꿈을 접었다. 네이버는 21일 "검토했지만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23일 열리는 (금융감독원의) 인터넷은행 인가 심사 설명회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온라인 쇼핑몰의 강자 인터파크도 설명회 불참을 밝혔다. 네이버와 인터파크는 인터넷은행 신규 라이선스를 노리는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인터넷은행 흥행몰이가 초반부터 벽에 부닥친 셈이다.

당초 정부는 흥행에 기대를 걸었다. 그럴 만도 하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여권 내 일부 지지층의 반발을 무릅쓰고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 법은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 17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특례법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한해 인터넷은행의 의결권 지분을 4%에서 34%로 높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반응이 시들하다. 왜 그럴까. 먼저 기존 인터넷은행 2개사의 실적이 신통찮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2017년에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한다. 세상에 손해나는 장사를 하고 싶어하는 기업은 없다. 두 회사의 실적을 좀 더 지켜보자는 게 시장의 분위기인 듯하다.

더 큰 걸림돌은 규제다. 의결권 지분만 높였지 다른 규제는 그대로 살아 있다. 사실 인터넷은행특례법은 은행법의 하위법이나 마찬가지다. 특례법이 따로 정하지 않는 한 인터넷은행은 은행법의 강력한 규제망을 피할 수 없다. 은행은 라이선스를 통해 국가가 영업을 허용하는 특혜산업이다. 따라서 규제가 어느 업종보다 세다. 자칫 자회사(인터넷은행) 때문에 모기업까지 곤욕을 치르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전국은행연합회에 소속된 정사원은행(정회원)이다. 한국은행 총재가 주재하는 은행장 간담회에도 참석한다. 엄숙한 시중은행과 튀는 인터넷은행이 뒤섞인 모습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이러다 금융혁신의 메기가 되라고 만든 인터넷은행이 은행 시장의 온순한 양으로 길들여질 판이다.

네이버는 국내와 달리 일본, 대만, 동남아에선 자회사 라인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정부는 네이버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곰곰 따져봐야 한다. 23일 금감원 설명회가 실패로 끝나면 인터넷은행 전략을 크게 손봐야 할지도 모른다. 인터넷은행을 '은행'으로 묶어두는 현 전략은 자율과 혁신을 먹고 사는 IT기업의 본성과 어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