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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증가속도 세계2위, 커지는 가계빚 경고음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한국에 가계빚 경고음을 울렸다. 21일(현지시간) 한국을 호주, 캐나다와 함께 가계부채 위험이 큰 나라로 분류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65∼85%를 넘고, 지난 5년간 이 비율이 7%포인트 이상 오르면 가계부채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한국은 이 비율이 지난해 100%에 근접했다. 특히 5년간 비율 상승폭이 15%포인트로 분석대상 28개국 가운데 중국(18%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연구소다.

경고음은 이것만이 아니다. 민간 국제금융기관 연합체인 국제금융협회(IIF)는 최근 발표한 '글로벌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급증국가 그룹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체코·인도·멕시코·말레이시아·칠레가 함께 포함됐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96.9%, 2018년 3·4분기)은 분석대상 34개국 중 가장 높았다. 특히 경제규모에 비해 가계빚이 불어나는 속도(비율상승폭)가 2.7%포인트로 세계 평균(0.3%포인트)보다 9배나 빨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빚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1514조원이나 된다. 증가율이 2017년부터 한자릿수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국제비교에서 나타난 것처럼 여전히 높다. 증가의 주된 요인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정부는 지난해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했지만 그다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가계빚 급증이 당장 시스템 위기를 불러올 정도는 아니다. 따라서 지나친 불안심리는 금물이다. 그러나 안이하게 대응해서도 안된다. 가계빚 부담은 경제에 무거운 족쇄를 채워놓은 것과 같다. 소비여력을 고갈시켜 경제회복을 어렵게 한다. 본격적인 금리인상이 시작되면 악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우선은 서민생계 위축과 취약차주 계층에 대한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근원적인 해법은 가계빚을 줄이는 것이지만 그것을 가능케 하는 묘책은 없다. 가계빚 증가율을 경제성장률 이내로 억제함으로써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장기적으로 꾸준히 낮춰가는 것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