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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인공강우

23일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한 화학업체가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고체탄산가스, 질소, 에틸렌 등 화학물질을 만든다. 우리가 흔히 드라이아이스라고 부르는 고체탄산가스는 인공비를 만드는 '씨앗'으로 알려져 있다. 기상청이 25일 서해에서 국내 첫 인공강우 실험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이 이른바 '인공강우 테마주'를 대거 사들인 결과다.

이번 실험은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세우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혹한·폭염처럼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면서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가 인공강우다.

그러나 인공강우를 이용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다. 기상 강국인 중국은 지난 2007년 가뭄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공강우를 시도해 8억t 이상의 비를 내리게 한 적이 있다. 반대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땐 인공강우 기술을 활용해 개막 당일 비가 오는 것을 방지하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기술로 미세먼지 저감 효과까지 얻었다는 보고는 없다. 중국 기상당국도 인공강우는 가뭄 해결을 위한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태국은 물을 비처럼 뿌려 미세먼지를 잡겠다고 나섰다. 태국 국방기술연구소는 최근 드론을 이용해 물과 공기오염 저감용 화학물질을 살포하는 실험을 방콕 시내에서 진행했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실험 결과 미세먼지 수치가 평균 10㎍/㎥ 감소했다"면서 "우리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해 상공에서 하는 이번 인공강우 실험이 성공적 결과를 낳을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그러나 두 손 놓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야 무엇이든 해보는 게 더 낫지 싶다. 그것이 인공강우가 됐든, 친환경차 확대가 됐든, 석탄화력 중단이 됐든 말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