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국민연금 독립성 보장 안되면 결국 관치"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좌담회
수탁위 '조양호 연임' 반대
적극적 주주권 행사 초읽기

국민연금의 한진그룹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23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7대 2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총수일가측 이사의 연임 선임에 반대하는 주주권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다. 오는 30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남았지만 사실상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상장사 300여곳에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지배주주인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경영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오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영권 참여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수탁자책임전문위가 열린 이날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전망과 문제점을 주제로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예상대로 찬반 의견은 팽팽했다.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한진칼 관련 경영권 위기가 재계 곳곳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보유주식의 가치를 높여 기금 수익률을 높인다는 당초 목적과 달리 정치적 악용이 가능하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반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원칙) 활용은 투자의 일환으로 오너 일가의 전횡을 견제하고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져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왔다.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좌담에 참석한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정부가 바뀌어도 적폐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민간기업 이사회는 서로 의견이 다르면 모험적 투자를 하지 못한다. 다른 의견을 가진 이사가 파견될 경우 경영적 관점에서는 문제가 있다"며 "이미 우리 기업의 경영진은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의 견제를 받고 있다.
국민연금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개별 기업에 가야 투명하게 경영한다는 전제는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남근 변호사(법무법인 위민)는 지배구조의 불투명으로 주식가치가 떨어진 만큼 적극적 주주권 등으로 기업에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기금운용의 장기적·안정적 투자를 위해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며 "필요하다면 재선임 반대의견 행사는 물론 국민연금측 이사가 2~3명 참여, 횡령·배임 등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경우 정관변경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이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