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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금융위원장 '깡통전세' 경고, 흘려듣지 마라

전세 시장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세입자들 사이에 '깡통 전세'에 대한 우려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주 열린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에서 시장 여건에 따라 올해 가계부채가 급격히 악화될 수도 있다고 전망하면서 "국지적인 수급 불일치 등으로 전세가가 하락하고 임대인이 보증금을 제때 반환하지 못하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과 정부 당국자는 이른바 '깡통 전세' 발생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금융위원장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깡통 전세 우려는 이미 지방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경남 창원 지역의 경우 전세 물건의 65%가 '깡통 전세'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경남 창원 S아파트 전용면적 84.9㎡의 경우 2년 전 전셋값이 2억~2억2000만원이었으나 현재 매매가는 이보다 4000만원 낮은 1억6000만~1억8000만원에 불과하다.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세입자는 전세 보증금 일부를 받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다. 매매가뿐 아니라 전세가도 반토막 난 상태여서 전세 만기가 돌아오면 집주인도 전세금 반환을 위해 집을 팔거나 다시 대출을 받아야 한다.

지난 2017년 8·2 부동산 대책 이후 급속히 늘어난 전세대출 부실화 가능성도 짚어봐야 할 문제다. 금융위에 따르면 은행권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 2015년 말 41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92조3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최 위원장의 지적대로 전세대출 부실화 가능성을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지속적인 집값 하락과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다주택자의 자금 압박을 부를 경우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전방위적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은 확실히 하향 안정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집값은 상승도 문제지만 갑작스러운 하락도 경제에 좋은 신호는 아니다. 지난 2008년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금융위기도 부동산 가격 급락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