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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예타 면제 24조, 부작용 줄일 방도 찾아야

균형발전에 이바지하려면 세금 먹는 하마는 피해야

정부가 29일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확정했다. 오는 2022년까지 총 175조원을 들여 지역발전을 이끈다는 내용이다. 그 일환으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가 발표됐다. 23개 사업, 총 24조원 규모다. 여기엔 김천(경북)~거제(경남)를 잇는 남부내륙철도, 새만금국제공항 사업 등이 포함됐다. 문재인표 균형발전 청사진이라 할 만하다.

예타 면제를 무조건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대전에서 "지방은 수요가 부족해 번번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산다. 비용 대비 편익을 따지면 지역 발전은 언감생심이다.

건설 경기 활성화, 일자리 창출 면에서도 예타 면제는 긍정적이다. 24조원 가운데 약 20조원이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다. 문재인정부는 이명박정부를 토건정부라 비난했다. 그러면서 도로·철도 등 SOC 투자를 소홀히 했다. 이 통에 건설 경기는 바닥으로 꺼졌고, 관련 일자리도 푹 줄었다. 성장률 측면에서도 SOC 활성화는 반갑다. 정부는 예타 면제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지자체가 신청한 68조원 가운데 3분의 1가량만 수용했다. 이 역시 평가할 만하다.

그렇다고 해서 예타 면제에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칫 새 공항·철도가 세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국제공항엔 8000억원이 들어간다. 지난해만 해도 이 공항을 놓고 집권 더불어민주당에서조차 이견이 있었다. 당시 당 대표로 출마한 이해찬 후보는 "가까운 무안 국제공항을 이용하면 된다"고 했다가 지역의 반발을 샀다.

서부 경남의 숙원인 남부내륙철도(4조7000억원)는 2017년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실시한 예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김경수 지사는 지방선거에서 이를 공약했고 이번에 뜻을 이뤘다. 예타 면제를 두고 짧게는 설 민심, 길게는 내년 봄 총선을 겨냥한 선심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4조원 예타 면제엔 긍정과 부정이 뒤섞였다. 현명한 정부라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23개 사업 가운데 7개는 이미 예타를 실시한 자료가 있다.
이를 토대로 경제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바란다. 나머지 16개 사업도 예타에 준하는 조사가 필요하다. 그래야 장차 세금 낭비의 주범이라는 손가락질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