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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이재용 만난 홍영표, 반기업 법안 솎아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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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공정법 등 국회 산더미
규제 신설은 혁신성장 역행

더불어민주당의 홍영표 원내대표(62)가 3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1)을 만났다. 홍 원내대표가 경기도 화성에 있는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장을 찾았다. 집권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는 사령탑이다. 이 부회장은 재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정치권과 재계가 이처럼 투명하게 자주 만나 의견을 나누는 것은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을 여러번 만났다. 가장 최근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보온병 산책'에 나서기도 했다. 앞서 이낙연 총리는 지난 10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이 부회장을 만났다. 그렇지만 홍영표·이재용 회동은 좀 색다르다. 홍 원내대표가 기업 관련 법안 처리의 열쇠를 쥔 핵심 인물이기 때문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혁신성장을 위해 기업들과 교감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방문은 그 일환이다. 하지만 기업 현장에선 문재인정부의 정책 기조가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어제는 혁신성장, 오늘은 공정경제, 내일은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재계는 정부의 혁신성장 의지를 확인한 뒤 기쁜 마음으로 청와대를 떠났다. 하지만 여드레 뒤 공정경제 추진전략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혁신도 포용도 모두 공정경제가 뒷받침돼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최 어디에 장단을 맞추라는 건가.

우리는 홍 원내대표에게 중심추 역할을 당부한다. 그는 대우차 노조 출신이지만 한국GM 사태가 불거졌을 때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했다. 지난해 11월 한국GM 노조원들이 인천 부평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을 점거하자 "노조가 대화할 의지가 없고, 자기들 생각밖에 하지 않아 이기적"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지금 국회에는 기업의 발목을 꽁꽁 묶을 법안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다. 상법, 공정거래법, 유통산업발전법, 금융그룹감독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집단소송법 등 일일이 이름을 대기도 벅찰 지경이다. 하나같이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법안들이다. 당정은 규제샌드박스 시행을 큰 업적으로 내세운다. 물론 칭찬을 받을 일이지만, 규제를 새로 만들면 말짱 헛일이다. 기업들은 풀린 규제보다 새로 만든 규제가 더 피부에 와닿는다.
일자리는 혁신성장에서 나온다. 소득주도성장은 되레 일자리를 줄인다. 현장을 합리적으로 이해하는 홍 원내대표가 반기업 법안 처리에 브레이크를 걸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