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스트리트] 새벽배송 전쟁

"잠들기 전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문 앞에!" 새벽배송 전쟁이 뜨겁다. 처음 불을 지른 건 벤처기업 마켓컬리다. '프리미엄 식품 쇼핑몰'을 표방한 마켓컬리가 취급하는 품목은 국, 반찬, 채소, 과일, 샐러드, 주스, 우유 등 주로 아침 찬거리다. 마켓컬리가 히트를 치자 쿠팡, 롯데슈퍼, 이마트, GS리테일, 현대백화점 등이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판이 커졌다. 마켓컬리의 기업가치가 4000억원대에 이르면서 카카오 등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소문도 증권가에 파다하다.

새벽배송은 새로운 풍속도도 낳았다. 배송 물량이 늘어난 만큼 업체는 인력을 더 충원해야 하는데(그것도 새벽에), 이들을 모두 고용하긴 부담스럽다 보니 '자기 차량을 이용한 배송'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한데 이 일이 시간당 3만원의 수입이 가능한 '꿀알바'로 알려지면서 조기은퇴자나 주부, 직장인 등의 투잡 종목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을 뒤져보면 '자동차와 휴대폰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 '부지런하고 손놀림 빠르면 해볼만' '시간 대비 고소득 알바 인정' 같은 글들이 올라와 있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자차를 이용하다 보니 만약 사고라도 나면 모든 책임은 차주, 즉 알바가 져야 한다. 이들은 일반 고용이 아니라 위탁계약 형식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배달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위험은 본인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기존 택배업체나 택배기사들과의 갈등도 없지 않다. 새벽배송 형태의 자차 배송 물량이 점차 늘어나다 보면 기존 택배기사들의 설 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어서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서울우유 전국대리점연합회는 "새벽배송 속도전쟁이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면서 국회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새벽배송 품목에 우유 등 유제품 비중이 높아 일자리를 빼앗길 뿐 아니라 일반 차량을 이용한 배송은 위생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차제에 자차를 이용한 새벽배송에 문제가 없는 지 따져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