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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맥 풀린 수출, 내수주도 성장 고민할 때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월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5.8% 줄었다. 지난해 12월(-1.2%)에 이어 두달 연속 감소세다. 중국 성장률 둔화와 반도체 호황 종료가 요인으로 지적된다.

지난달 대중국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19%나 줄었다. 중국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로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수입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산 부품을 수입해다 조립해 미국으로 수출하는데, 미국이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우리의 대중 수출이 유탄을 맞고 있다.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수출이 23%나 줄었다. 슈퍼호황이 끝나면서 단가 하락과 재고조정이 겹쳤기 때문이다.

중국과 반도체는 한국 수출을 지탱하는 두 축이다.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국은 26.8%, 반도체는 21%나 된다. 특정국가와 특정품목에 각각 수출의 4분의 1과 5분의 1 이상을 의존하는 기형적 편중구조가 화근이다. 근원적으로 편중구조를 고치지 않는 한 수출의 지속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안은 아세안과 인도 시장 진출 확대다. 신남방 전략의 강력한 추진이 필요하다. 신산업에 대한 획기적 규제완화로 미래 먹거리를 찾는 일도 시급하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수출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한국 경제가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1%(직전분기 대비)를 회복했지만 수출의 성장기여도(-1.2%포인트)는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다. 게다가 수출 위축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4.5%)·일본(-3.2%)·대만(-3%)·싱가포르(-4.1%)도 수출이 줄었다. 보호무역 회귀로 세계무역이 위축된 결과로 보인다.

수출이 조만간 살아날 것 같지 않다. 보호무역주의 파고도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규모가 커져서 수출만으로는 성장을 견인하기가 버겁다. 이제는 내수주도형 성장전략이 필요하다. 투자와 소비를 키워서 성장동력원으로 삼는 전략을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