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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냉랭한 설 경제민심 겸허히 받아들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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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 일삼느라 민생엔 소홀
정치권 향한 비판 경청하길

설 경제민심은 차가웠다. 정치권은 닷새간의 설연휴 귀향 활동을 통해 냉랭한 지역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지역민들은 손혜원 의원 투기 의혹과 김경수 경남지사 재판 결과 등의 정치 현안을 둘러싸고 충돌하는 정치권을 향해 불만과 비판을 쏟아냈다. 서민들은 하루하루 먹고살기 고달픈데 정치권은 정쟁만 일삼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여권은 멀어진 민심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70%를 웃돌던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1년 만에 40%대로 떨어졌다. 설 민심 화두는 단연 경제였다. 불경기와 최저임금 급등으로 불어난 인건비 부담을 감당 못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매출이 줄어든 중소기업인들과 최저임금 때문에 알바 자리마저 밀려난 청년들의 불만도 커졌다. 오죽하면 박지원 의원(민주평화당)이 트위터에다 "민생경제에 대해서는 막말에 가까운 비난이 쏟아졌다"고 썼겠는가.

그런 점에서 경제문제를 바라보는 문정부의 시각과 대처방식은 걱정스럽다. 크게 보아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탈원전과 소득주도성장이다.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은 맞지만 방법론이 적절치 못했다. 수용능력을 생각하지 않고 이상에만 치우쳤다. 그 결과 무리한 정책추진과 속도위반으로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주었다. 극심한 고용부진과 성장률 저하에다 빈부격차 확대, 아파트 값 폭등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민심은 이미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문정부에는 남은 시간이 길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아직 기회는 있다. 현재의 경제난국을 푸는 해법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수뇌부는 경제정책 기조를 수정할 수 없다고 고집만 할 것이 아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고치겠다는 열린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실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쓸모가 없다. 최근 여권 지도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지도자들과 자주 만나는 것은 긍정적 변화의 조짐이다. 만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친기업 정책으로의 전환 등 정책기조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야권도 달라져야 한다.
한국당은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을 거둬들여야 한다. 김경수 지사 재판 결과를 놓고 대선불복론까지 거론한 것은 너무 나간 것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은 정쟁을 접고 민생에 집중해달라는 설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