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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中 화웨이 보이콧 확산, 정부 대책 있나

美 우방국에 동참 압력.. 韓 딜레마에 빠질 수도

미국이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를 상대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우방국에도 화웨이 보이콧에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첨단 5G 사업에서 화웨이 통신장비를 쓰지 말라는 것이다. 이미 호주, 뉴질랜드, 일본은 보이콧에 동참했다. 영국, 독일 등 유럽에서도 5G 통신망 구축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미국의 압력은 머잖아 한국에도 닿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화웨이 이슈를 어떻게 다룰지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보이콧의 이유로 국가안보를 든다. 스파이칩을 심은 화웨이 장비를 함부로 쓰면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 장차 사이버전쟁 악용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는 나름 근거가 있다. 중국 통신사들은 정부의 데이터 제출 요구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 회장은 인민해방군 통신장교 출신이다. 물론 화웨이는 보안 유출은 있을 수 없다고 펄쩍 뛴다. 런정페이는 지난달 중순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가 고객 정보에 대한 접근을 요청한다면 절대 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화웨이 갈등 뒤에 미·중 간 정보기술(IT) 패권 다툼이 있다고 본다. 여태껏 글로벌 IT 시장은 미국이 주도했다.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그 선두에 섰다. 하지만 지금은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같은 중국 경쟁사들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다. 특히 화웨이는 중국의 IT굴기를 이끌 총아로 꼽힌다.

화웨이는 이미 한국 통신장비 시장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민간기업은 물론 한국전력 같은 공기업들도 화웨이 장비를 꽤 많이 쓴다. 지난해엔 LG유플러스가 보안 논란에도 불구하고 5G 네트워크 공급업체 중 하나로 화웨이를 선정했다. 화웨이 장비는 질·가격 양면에서 국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화웨이 이슈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사실 한국은 딜레마다. 대중 수출의존도를 고려할 때 특정 중국 제품을 겨냥한 불매는 쉽지 않다. 사드 마찰에서 보듯 중국의 또 다른 보복을 부를 수 있다.
그렇지만 미국이 앞장선 화웨이 견제는 분명 통신장비·스마트폰 시장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다. 우리로선 미·중 통상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세밀히 살펴가며 전략을 짜는 게 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