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껑충 뛴 공시지가, 부작용 세밀히 살피길

표준지 공시지가가 전국 평균 9.42% 올랐다. 2008년(9.63%) 이후 11년 만에 최대 폭이다. 이 가운데 서울은 13.87%, 서울 강남구는 23.13%나 올랐다. 부유층 밀집지역일수록 공시지가 상승률이 높다. 국토교통부가 12일 공시한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의 주요 내용이다.

공시지가를 예년보다 더 많이 올려야 할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된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투기 과열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인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지난해 62.6%로 낮다. 이번 조정으로 이 비율이 64.8%로 높아진다. 현실화율을 단계적으로 완만하게 높여나가는 것은 형평과세를 위해 필요하다.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부동산 세제 개편의 장기 방향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각론을 살펴보면 적지 않은 문제가 드러난다. 정부는 이번에 부유층 거주지역과 고가토지를 타깃으로 삼아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상승률을 적용했다. ㎡당 2000만원 넘는 토지의 공시지가 상승률(20.05%)은 일반 토지(7.29%)보다 거의 3배나 높다. 전국 표준지 중 공시지가가 가장 비싼 서울 명동 네이처리퍼블릭은 상승률이 100.4%나 된다. 공시지가 2~8위에 해당하는 부지도 모두 두 배 이상으로 올랐다.

정부는 지난달 표준 단독주택에 대한 공시가격 인상 때도 15억원 이상 고가주택에 차별적으로 높은 인상률을 적용했다. 정부는 고가토지, 고가주택일수록 현실화율이 낮아 이를 바로잡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더라도 정도가 과하다. 한꺼번에 두 배 이상으로 올리면 어떤 식으로든 경제에 충격을 주게 된다. 특정 계층이나 특정 지역을 희생양으로 삼아 박수 받으려 한 것이라면 더더욱 단견이다.

공시지가는 재산세, 종부세, 상속·증여세 등 각종 세금과 준조세의 산정기준이 되고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임대료 상승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특정 계층의 세부담을 늘리기 위해 공시지가를 한 번에 두 배 이상으로 올리는 것은 올바른 조세권 행사라고 볼 수 없다. 국토부는 오는 3월 14일까지 이의신청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무리한 인상이 없도록 과감히 재조정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