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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공무원의 적극행정 면책, 장관 혼자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무회의에서 "장관 책임 하에 적극행정은 면책·장려하고, 소극행정은 문책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민과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문제 해결자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대통령의 '적극행정' 발언은 규제 샌드박스의 효과를 언급하는 가운데 나왔다. 규제완화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장관은 물론 대통령의 말도 잘 먹히지 않을 때가 많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일선 공무원들은 장관·대통령보다 감사원이 더 무섭다. 헌법은 감사원에 공무원 직무를 감찰할 권한을 부여한다(97조). 그 아래 감사원법, 감사원법 아래 직무감찰규칙 등도 공무원의 적극행정에 제동을 건다.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재계와의 대화에선 "우리나라 공직자가 소신 있게 못하는 것은 감사원의 정책감사 때문"이란 불만이 나왔다.

정부도 그 나름 노력을 기울였다. 문 대통령은 틈날 때마다 선의의 적극행정에 대한 감사원의 '선처'를 주문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지난해 2월 '적극행정 지원을 위한 감사행정 개선안'을 내놨다. 드론, 자율주행차, 의료기기 등 신산업 5개 분야에 대한 감사를 자제한다는 내용이다. 과거 보수정부들도 적극행정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명박정부는 2008년 적극행정면책제를 도입했고, 박근혜정부는 아예 이 제도를 감사원법(34조3)에 못 박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인들은 여전히 규제완화를 체감하지 못한다. 면책제가 극히 예외적으로, 그것도 사후에 적용되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덧붙여 이른바 적폐청산도 공무원들을 잔뜩 움츠러들게 한다. 정권교체가 이뤄질 때마다 공무원들은 중뿔나게 나서봤자 득될 게 없다는 삶의 지혜를 반복해서 터득한다.


적극행정 면책은 장관 혼자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정책감사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감사원법을 손질하지 않는 한 공무원의 감사원 울렁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동시에 비정무직 공무원에게 함부로 적폐 낙인을 찍는 관행도 없어져야 한다.